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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없는 중동평화해법
입력2003-11-11 00:00:00
수정
2003.11.11 00:00:00
이학인 기자
1917년 당시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은 1차 대전 참여의 명분을 찾기 위해 프랑스와의 비밀 조약 내용을 알려달라고 영국에 요구했다. 영국은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사이크스-피코 비밀 협상` 내용을 미국에 공개했다. 1차 대전 발발 직전에 영국 외교관 마크 사이크스경과 프랑스 외교관 프랑솨 피코가 비밀리에 오스만 투르크가 점령하고 있는 중동 지역을 서로 나눠먹는다는 협상에 타결했다. 윌슨 대통령은 이 비밀 문건을 보고, “한세대(30년) 내에 각 민족에 의해 대규모 유혈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영국이 중동문제에 집착한 것은 독일의 동맹국인 투르크를 붕괴시키기 위해 아랍인의 독립을 부추기고, 전세계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유대인들의 지원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 이른바 아서 밸포어 외무장관의 `밸포어 선언`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당시 영국인들은 두가지 가설에 입각해서 중동문제에 접근했다. 첫째는 유대인과 아랍인들이 팔레스타인에서 평화적으로 공존할 것이며, 둘째는 아랍인들 스스로의 통치력이 부족하므로, 중동은 영국의 보호국으로 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투르크가 패전하고, 연합국이 점령한 중동에선 윌슨 대통령이 예측한 대로 유혈 분쟁이 시작됐다. 영국이 인위적으로 유대인 국가를 창설하는 과정에서 유혈 충돌의 불씨가 마련됐고, 메소포타미아의 바스라와 바그다드를 점령했다가 10여년만에 철수해야 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2차 대전을 전후로 중동에서 완전 철수하고, 각지의 부족이 독립을 얻게 된다.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100년이 지난 지금, 중동에선 일주일이 멀다 하고 대형 테러 사건이 발생하고, 이라크에서 전쟁기간보다 더 많은 미군이 죽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중동 평화안 가설은 한 세기전에 영국이 세웠던 가설과 너무나 흡사하다. 미국이 제안한 팔레스타인 로드맵은 유대인 국가와 아랍 국가가 사이좋게 공존하는 것이다. 또 미국은 이라크인들이 스스로의 통치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전쟁이 끝난 지 반년이 넘은 지금까지 군정을 계속하고 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알제리의 소수 독립운동세력을 진압하기 위해 수많은 프랑스 정예부대가 파견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잘못된 과거사를 고백한바 있다. 미국이 중동에 평화를 정착시키려면 우선 오류임이 입증된 영국의 100년전 가설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학인기자 leej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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