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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노동이 경제 발목 기술부문 순위도 밀려

[한국 국가경쟁력 추락] 노사협력등 최하위권<br>정치인 신뢰 104國중 85위 亞서 한국만 크게 후퇴

세계경제포럼(WEF)이 그나마 남아 있던 한국경제의 ‘환상(幻想)’을 깨워줬다. WEF가 평가한 지난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8위, 기업경쟁력은 23위. 그러나 올해 국가경쟁력은 29위, 기업경쟁력은 24위다.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한꺼번에 밀렸다.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4.8%에서 4.4%로, 내년은 5.2%에서 3.6%로 떨어뜨렸다. 한국의 성장잠재력에 대한 해외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은 안정적인 경제환경과 인터넷 등 정보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해외로부터 성장성이 크고 투자가치가 있는 국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각종 개혁작업이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하자 해외 기관들의 냉혹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제대로 된 예측은 물론 이렇다 할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 최대 약점, 정치불안ㆍ노동경직성= WEF 보고서를 보면 한국만이 크게 후퇴했다. 경쟁상대인 타이완ㆍ싱가포르가 계속 10위 안에 들었고 일본은 10년 불황의 터널을 지나 확실히 경쟁력을 확보했다. 특히 한국은 강점으로 꼽혀왔던 ‘기술발전’ 부문에서까지 순위가 밀리기 시작했다. 기술 부문에 대한 생산 및 연구개발투자 확대로 4위에 오른 타이완과 대조적이다. 특히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들이 정치와 고용시장 관련 부문에 집중돼 있다. ▦정치권의 부패 ▦유연하지 못한 고용시장이 최대 문제로 지목됐다. 한국은 정치인에 대한 신뢰도 부문에서 조사대상 104개국 중 85위에 그쳤으며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항목에서도 77위에 머물러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 노사협력 부문에서는 92위, 외국 노동자 고용의 용이성 측면에서는 99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투자하고 싶은 나라’ 순위도 뒷걸음= 국가경쟁력 후퇴와 함께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하고 싶은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 13일 컨설팅회사인 에이티커니가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가장 매력적인 해외 투자대상국을 조사한 결과 한국의 투자매력도 순위는 지난해 18위에서 21위로 3단계나 밀렸다. 이는 홍콩(8위), 말레이시아(15위), 타이(20위)보다 뒤지는 것이다. 매력적인 투자대상국 선정요인으로는 정부 규제와 기업지배구조, 지적재산권 보호 여부, 반(反)기업 정서 등이 주로 감안됐다. 투자매력 1순위는 중국으로 3년 연속 가장 유망한 투자대상국으로 꼽혔으며 2위는 지난해에 이어 미국이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6위를 차지했던 인도가 3위로 뛰어올라 최근 외국기업들의 투자선호 대상국으로 인도가 급부상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지난해 15위에 그쳤던 일본 역시 경기회복과 규제개혁 등으로 10위로 올라서 눈길을 끌었다. ◇‘착각에서 벗어나야’=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본부장(상무)은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를 당했던 원인은 단순히 외환부족 때문이 아니라 경쟁력 약화에 기인했으며 극복은 상당 부분 환율에 의존했다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짧은 기간 환란에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환율이 900원에서 1,400원으로 떨어진 데 따른 당연한 결과였는데 여기에 도취된 나머지 경쟁력 강화는커녕 이익을 나눌 생각에만 골몰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WEF의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강호인 재정경제부 종합정책과장은 “WEF는 서베이에 많이 의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장률 5%와 물가상승률 3%대를 유지하는데 거시경제지표를 한꺼번에 12계단이나 떨어뜨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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