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5월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개선됐다. 여전히 경기위축 국면에 머물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시행한 미니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점진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HSBC와 시장조사 업체 마킷이 조사한 중국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전월(48.1)보다 대폭 오른 49.7로 집계돼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블룸버그 등이 조사한 시장전문가들의 전망치(48.3)도 웃도는 수치다. 일반적으로 PMI는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확장을, 반대는 위축을 뜻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중국 제조업 경기가 아직은 위축된 상태지만 생산호조 등에 힘입어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제조업 PMI는 5개월 연속 기준선인 50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10월 HSBC 제조업 PMI 잠정치는 50.9까지 올랐으나 11월 이후 하향세로 전환돼 올 3월에는 48.0까지 떨어졌다. 다만 생산지수는 전월 47.9에서 5월에는 50.3으로 상승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신규주문지수도 전월(48.9)보다 오른 52.7을 기록하며 2010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PMI의 주요 지표인 생산과 신규주문은 모두 위축국면을 벗어난 셈이다.
왕젠묘 중구국제공상학원 교수는 "신규주문지수가 회복되고 있다는 것은 수출회복의 긍정적 신호"라며 "4월 -0.5% 성장을 했던 수출지표가 2·4분기에는 5% 정도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궈톈용 중앙재경대 교수는 5월 PMI 예비치의 반등이 정부가 신중한 통화정책을 지속할 수 있는 안전판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PMI 지수 반등은 수출회복·환율약세·금리안정과 함께 중국 정부가 경기둔화 해결을 위해 내놓은 미니 부양책 같은 일련의 정책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정부는 3월 이후 통화정책보다 재정과 세제정책을 통한 미니 경기부양에 힘을 쏟아왔다. 특히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같은 대규모 조치를 취하는 대신 세금감면·철도건설 등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이날도 리커창 총리는 오는 2020년까지 172개 중대형 수리시설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하며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냈다. 투자비용은 정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이 계획이 추진되면 연간 물 공급량은 800억㎥ 늘어나고 농업용수는 260억㎥ 절약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투자·소매판매 감소 등이 경기 확장세를 막고 있는 만큼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취홍빈 HSBC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 시장의 지속적인 경기둔화 등 하방 위험은 여전히 상존한다"며 "특히 고용지수가 47.3까지 떨어져 최근 부양효과가 고용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만큼 추가 경기부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52개 산업과 연관돼 있는 부동산 산업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경우 중국 경제는 올해보다 내년을 더 걱정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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