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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삶을 여러 각도서 보게 하는 것"

■ 예술수업 (오종우 지음, 어크로스 펴냄)

시대를 가로질러 살아남은 작품서

인간·세계에 대한 통찰 읽어낸 '성대 최고의 명강' 책으로 정리

문학·음악 등 다양한 장르 넘나들며 예술의 의미·영향 등 일깨워

페테르 파울 루벤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1611)''

폴 세잔 ''사과와 오렌지(1895년)''

조르주 쇠라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1886)''


#그림 1= 프랑스 화가 폴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1895)'다. 세잔은 유난히 과일 정물을 많이 그렸다. 예술을 실용성을 기준으로 둘 경우 세잔의 그림은 의미가 없다. 말하자면 '그림의 사과'를 왜 작가는 줄기차게 그렸을까.

#그림 2=조르주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1886)'다. 작은 배들이 떠 있는 바닷가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쉬거나 산책하고 있다. 그런데 북적이는 모습인데도 소란스럽기는 커녕 오히려 적막한 느낌이다.

#그림 3=페테르 파울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1611)'다. 동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주인공 네로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본 그림이다. 네덜란드의 도시 안트베르펜은 이 그림 한 장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됐다.

성균관대 최고의 명강의로 꼽히는 오종우 러시아어문학과 교수의 '예술의 말과 생각'이 이번에 '예술수업'이라는 책으로 정리돼 나왔다. 저자는 시대를 가로질러 살아남은 작품들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통찰을 읽어내며 새로운 시각과 생각을 열어주는 예술의 현재적 가치를 강의하고 있다.

저자는 세상을 이루는 영역을 실질세계와 여분세계로 과감하게 나눈다. 그리고 실질세계만이 아니라 여분세계도 중요하다고 한다.

실제를 살아가는 일을 더 살 맛나게 만들어주는 것이 실질세계 너머에 있다며, 예컨대 정의니 자유니 진리니 하는 여분세계의 가치가 실제의 삶에 가치를 부여한다고 주장한다.



세잔의 '사과와 오렌지'는 실질세계에서 통용되는 실용성과 연관을 갖는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이 그림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아무리 탐스러워 보이더라도 먹을 수 없는 사과라서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그림이 가치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예술은 실용성을 넘어서는 또 다른 가치를 가진다

쇠라의 '그랑드 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는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분명 좋은 일요일 날의 오후 바닷가인데도 사람들은 기분이 그저 그렇다. 왜일까. 그림이 그려질 무렵 사람들은 산업화의 영향으로 노동에 시달렸다. 주일 예배를 마친 사람들이 바닷가로 나와 휴일의 끄트머리를 붙잡고 있는데 노동을 해야 하는 월요일이 다가오는 일요일 오후 오히려 알 수 없는 불안한 적막감이 흐른다. 화가가 작품 제목에 굳이 '일요일 오후'라는 시간을 명기한 까닭이다. 예술이라는 것이 대상을 그대로 복사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마음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는 특이하다. 화가의 의도는 아니지만 동화 '플란다스의 개'가 전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치면서 이 동화에 나오는 그림이 있는 네덜란드의 무역항 안트베르펜은 관광객들로 북적이게 됐다.

'예술수업'에는 물론 그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문학, 음악,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예술장르를 종횡무진하면서 예술의 진정한 의미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피카소, 고흐, 샤갈, 모네, 몬드리안, 칸딘스키, 호퍼, 폰타나, 로스코 등 80여점의 거장들의 작품이 선보인다. 음악도 들을 수 있는데 책에 인쇄된 QR코드를 이용해 베토벤, 피아졸라 10곡의 음악작품을 만난다. 세계 최초로 상영된 영화인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1895)'도 감상할 수 있다. 저자가 강의하는 9번의 수업이 독자들에게 새로운 창조능력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듯하다. 예술의 가치는 삶을 여러, 다른 각도에서 보게 한다. 삶을 창조해나갈 동력도 삶에서 다소 떨어진 위치에서 봐야 생겨난다는 의미에서다.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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