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시장(market)은 미래 사건을 가장 잘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은 가설에 따른 결정의 결과를 예측한다. 미국이 전쟁을 하면 유가가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하는 게 대표적 사례다. 법적인 문제로 미국에서 돈을 거는 예측은 허용되지 않고 있지만 실제 돈을 거는 시장이 더 정확한 전망을 가능하게 한다. 파퓰러사이언스 7월호는 미래예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색적인 시장 상황을 과학의 시선으로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미래예측, 시장이 가장 정확하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오는 2010년까지 국제우주정거장을 완공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과연 NASA의 계획이 과연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가지고 있을까.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도 모르는 상황에서 미래의 일을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답은 하나 있다. 바로 시장에 물어보는 것. 미래예측 시장은 증권거래소와 같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주식이 아니라 미래예측을 상품으로 거래한다. 지난 1988년 아이오와대 비즈니스스쿨에 최초로 설립된 미래예측 시장은 그 해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누구든 이 시장에 참여, '대선에서 조지 부시의 득표율이 얼마나 될까'와 같은 증권을 사고 팔 수 있다. 부시가 60% 이상의 득표를 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은 60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증권을 산다. 물론 이와 반대의 생각을 가진 이는 증권을 판다. 시장은 여론을 반영한다는 사실 때문일까. 당시 이 같은 거래 결과는 실제 선거가 있기 직전 여섯 곳에서 실시한 임시투표 결과보다 정확했다. 이후에도 아이오와 미래예측 시장은 매번 대선의 우승자를 정확히 예측했고, 정확도가 당시 갤럽조사보다 훨씬 높았다. 시장에서 움직이는 거래 당사자들의 지능을 효율적으로 모아 집단적 지혜로 해결한 덕분이다. 이런 식으로 NASA의 국제우주정거장 완공 가능성에 대한 증권을 발행, 누구든지 이 증권을 0달러에서 100달러 사이의 가격에 사고 팔 수 있게 되면 미래예측이 가능하다.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예컨대 시장에서 75달러로 거래될 경우 실현 가능성이 75%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저스틴 월퍼스 펜실베니아대 와튼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우리는 아직까지 미래를 예측하는 데 있어 전문가가 시장보다 나았던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소개했다. ◇미래예측 시장, 그 무한한 가능성 아이오와 시장의 성공에 영감을 받은 혁신가들은 인터넷의 네트워킹 능력과 효율성 덕분에 시장을 이용해 보다 창의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들을 생각해냈다. 할리우드 증권거래소는 1996년에 신흥 부호들이 개봉 영화의 첫째 달 흥행 성적에 베팅을 할 수 있도록 설립됐다. 또 'www.intrade.com'과 같은 인터넷 사이트는 미식축구리그(NFL)과 야구경기 결과는 물론 비 스포츠 종목에 대한 베팅 상품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3년에는 온라인상에서 미국이 사담 후세인을 몰아낼 경우, 특수부대가 오사마 빈 라덴을 처치할 경우 등에 대해 배당금을 지급하는 증권을 살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지난 2003년 이라크와의 전쟁준비 기간 중 전문가들은 미국이 침공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지 24시간 주기로 예측했다. 미군이 해방군으로 환영을 받을지, 아니면 장기전을 촉발시켜 중동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을지를 예측하는 것이었다. 사담 후세인이 2003년 7월 30일까지 정권에서 물러날 경우에만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던 'intrade.com'의 '사담 증권'을 보자. 이것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 미국의 이라크 침공 가능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월퍼스 교수와 에릭 지제위츠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사담 증권의 움직임을 추적, 거래자들이 전쟁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분석했다. 결과는 명료했다. 월퍼스는 "전쟁 가능성이 10% 높아질 때마다 1.5포인트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 수치를 100%로 환산해 보면 평화에 비해 전쟁은 주가를 15%까지 하락시킬 수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이 수치는 2001년 9ㆍ11 테러 직후의 하락 폭보다 큰 것이다. 월퍼스와 지제위츠는 전쟁이 임박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유가가 치솟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라크의 값싼 오일이 시장에 풀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하락할 것이라는 판단도 내렸다. 이런 예측은 최종 침공 여부를 결정할 시점에 가까워지면서 실제 현실로 나타났다. 시장의 미래예측 능력을 확신하는 과학자들은 현재 시장의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연구 중이다. 과학자들은 이런 시장을 이용해 아직 내리지 않은 판단의 결과를 미리 알 수 있는 기법을 조사 중이다. 만약 이런 시장이 열리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의지대로 조절하는 법도 알게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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