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게 점원과 보험 외판원, 영화감독 지망생 등 다양한 이력으로 유명한 천명관(50·사진) 소설가가 드디어 감독 '입봉'(첫 연출을 맡는 것)을 준비한다. 그의 시나리오는 195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느와르물 '코리안 갱스터'(가제)다.
천 작가는 현재 시나리오를 어느 정도 완성한 상태로, 영화업계 관계자와 제작 사전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원래 사전 작업이 오래 걸려 아직 계획을 말할 처지가 못되지만, 연내 시나리오를 마무리하고 내년께 촬영에 들어가려고 한다. 이후에 본격적으로 모양이 갖춰지면 더 자세한 일정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첫 연출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가 30대 시절 전부를 영화업계에서 보낸데다 꾸준히 영화연출에 관심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천 작가는 영화제작사 신씨네·기획시대·영화세상·명필름 등에서 일했고, '총잡이' '북경반점' '이웃집 남자' 등의 시나리오는 실제 영화화됐다. 한 때 배창호·이명세 감독 밑에서 연출을 지망했지만, 결국 준비하던 영화 제작이 무산되며 마흔 즈음 소설가로 전향했다.
그런 천 작가는 데뷔와 동시에 문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데뷔작 '프랭크와 나'로 2003년 문학동네 신인상, 이듬해 '고래'로 문학동네 소설상을 잇달아 거머쥐었다. 특히 '고래'에 대해서는 선배 소설가 임철우가 "그 풍부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 속에, 보다 구체적인 인간 현실과 삶의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까지 아울러 담겨진다면, 머잖아 우리는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같은 감동적인 소설을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할 정도로 큰 기대가 실렸다.
이 후 소설집 '유쾌한 하녀 마리사', 장편소설 '나의 삼촌 브루스 리' 등 작품활동을 이어가면서도, 자신의 소설 '유쾌한 하녀 마리사'를 희곡으로 고쳐 연극화하기도 했다.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못봤지만 2012년 출간된 그의 소설 '고령화 가족'도 영화화됐다.
6월께 창비에서 출간될 단편집에 주력하고 있는 그는 "영화계 사람들과 사업적인 측면을 얘기하고 있지만, 현재는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수준인 시나리오를 고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솔직히 배우 캐스팅이 가장 중요하고, 투자나 배급은 그 다음"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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