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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법무부 장관에 이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속 기업인에 대한 사면·가석방 관련 언급을 하면서 재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업인 사면은 경제살리기 의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총수가 구속돼 있는 그룹은 물론 재계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총수가 수감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어 큰 후유증을 겪고 있는 SK·CJ·효성·태광그룹 등은 역풍을 경계하면서도 이르면 연내 가석방이나 사면이 이뤄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월에 수감된 최태원 회장의 부재로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는 SK그룹은 총수의 복귀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최 회장의 부재로 SK는 그룹 전체의 미래를 결정지을 인수합병(M&A)이나 신시장 진출, 신사업 개발 등 굵직한 사안은 거의 '논의 불가'인 상태다. 2011년 말 SK텔레콤을 통해 하이닉스를 인수했던 것과 같은 '통 큰 베팅'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SK의 한 고위관계자는 "매달 열리는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 중요한 결정을 못 내리고 다음 회의로 연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최 회장의 부재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재현 회장의 공백 기간이 길어지면서 투자 차질 등 난관에 봉착한 CJ그룹도 기대를 품고 있다. CJ는 올해 애초 계획했던 투자비 1조3,700억원 가운데 상당액이 집행되지 못한 상태다. 그룹 내부에서는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을 꾀해야 할 시기인데 내실경영에 치중할 수밖에 없어 미래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이후 그룹의 주요 투자계획은 상당수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CJ가 글로벌 물류 5대 기업을 목표로 육성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의 경우 올 초 국내 중부권 물류터미널 거점 확보에 600억원을 투자하려 했지만 이 회장의 의사결정을 받지 못해 보류됐다. CJ그룹 고위관계자는 "계열사 CEO들이 내실경영에 힘쓰면서 실적 등 숫자상으로는 좋아지는 모습이나 이 회장 공백에 따른 의사결정 지연으로 성장엔진은 완전히 멈춘 상태"라고 토로했다.
효성과 태광그룹도 재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다. 조석래 효성 회장은 탈세 및 배임·횡령 혐의와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으로 중장기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광그룹은 이호진 전 회장이 지난 2012년 징역 4년6개월형을 선고 받은 후 심재혁 부회장이 경영을 도맡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면권이 남용되지 말아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지켜져야겠지만 일자리 창출과 경제살리기를 위해 일정 기간 형을 이행한 기업인에 대해서는 선처해줬으면 하는 게 경제계의 바람"이라며 "기업인들도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지 않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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