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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는 청소년들의 게임중독 예방을 위해 부모와 자녀가 온라인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한다. 부모는 게임업체에 요청해 자녀의 이용시간, 아이템 결제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고 게임시간을 정해주거나 접속을 제한할 수 있게 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올해 총 24억원의 예산을 들여 게임 과다사용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사업들을 펼친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게임중독이 심각해 주요 사회 이슈로 떠올랐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온라인게임 업계는 "소프트웨어 수출의 일등공신인데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고 열혈 게이머들은 "게임을 자주 하지만 중독은 아니다"며 항변 겸 성토를 한다. "게임중독이란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개념"이라거나 "아이들이 공부 외의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학부형들의 음모"라는 주장도 있다.
선택적 셧다운제 내달 본격 시행
심리학계에서는 게임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행위에 대해 중독이라는 의학적 진단을 내릴 수 있는지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게임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사람을 게임중독자로 분류해야 할 정도로 의존증상이 강한가 하는 것이 논쟁의 핵심이다. 내년에 출간되는 저명한 정신질환 진단 교본인 'DSM5'개정판에 게임중독 항목을 추가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미국정신의학회(APA)는 "게임에 중독될 수 있다고 할 만한 실증적 자료가 불충분해 이번에는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이 현상을 '게임 과몰입'이라고 부른다.
중독 현상의 가장 큰 특징은 의존증상이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책중독'이라 부르지 않는 것은 의존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쉽게 발견되는 중독 현상으로 약물중독이 있지만 모든 중독이 약물에 의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중독증상 중 하나인 알코올중독은 '술을 끊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알코올을 찾도록 신체적인 변화가 생겨 알코올 섭취를 중단하면 금단증상을 보인다.
중독이나 과몰입에 쉽게 빠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 부분에 착안해 중독ㆍ과몰입 증상을 쉽게 보이는 사람들의 특징을 연구해 이를 예방사업에 활용하자는 연구가 활발하다. 미국 인디애나대의 석학교수 랭(Lang)은 개인의 성격차와 약물류 사용의 연관성을 분석해 미 정부가 담배ㆍ마약중독 예방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필자는 자극을 추구하는 성격의 소유자들이 인터넷 도박에 중독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많은 나라들이 카지노를 관광산업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는 관광객 증가를 위해 법을 바꿔가며 카지노를 건립했고 우리나라도 규제를 완화하자는 논의가 있다. 그러나 모든 나라가 청소년의 카지노 출입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심지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대형 카지노들은 중독증상을 보이는 고객의 출입을 자율적으로 제한한다. 도박중독은 카지노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어 궁극적으로 고객 감소를 초래, 산업 전체가 침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도 중독 예방에 적극 나서야
게임 자체는 첨단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오락활동이지만 과몰입 현상은 게임산업 자체를 고사시킬 수 있는 위협요소다. 온라인게임이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정부와 업계의 전방위적 협력이 필요하다. 특히 업계는 하루 10시간씩 게임에 빠진 손님 한 명보다 하루 1시간씩 게임을 즐기는 손님 10명이 지속적인 경영에 더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율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예방을 위해 가정에서 관심을 가져야 함은 당연하지만 이를 개인의 문제로만 돌리는 것은 근시안적 발상이다. 게임산업을 건강하게 유지하면 궁극적으로 산업과 사회도 모두 혜택을 얻게 된다는 당연한 명제를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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