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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10월 12일] <1521> 시발자동차


'배기량 2,195㏄에 최고 속도 시속 80㎞.' 1955년 처음 등장한 국산 자동차의 제원이다. 1955년 10월12일 등록된 이 차량의 상표는 'ㅅㅣ-ㅂㅏㄹ'. 첫출발이라는 뜻의 한자어 시발(始發)을 한글 자모로 옮겼다. 요즘의 중형승용차보다 큰 엔진을 달고도 속도가 빠르지 않고 비포장 도로에서는 유리창이 깨져 나갔지만 시발은 인기를 끌었다. 1955년 10월 열린 광복 10주년 기념 산업박람회에서 대통령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대당 8만환 하던 차량 가격에 24만환의 프리미엄까지 붙고 부유층 부녀자들 사이에 차량 구입을 위한 '시발계'까지 등장했다. 선금을 줄 테니 차량 인수자격을 달라는 선금도 1억환이나 쌓였다. 제작사는 밤낮없이 공장을 돌렸지만 도저히 수요를 맞출 수 없었다. 천막공장의 최대 생산량이 하루 한 대꼴이었으니까. 시발자동차는 과연 최초의 국산차였을까. 논란이 많다. 1958년 정부에 제출된 자료에는 국산화율이 58%로 표기돼 있으며 시발자동차 공장장 출신으로 박정희 정권의 핵심 요직을 지낸 인사는 핵심부품을 점진적으로 국산화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혹평도 존재한다. 엔진과 주요 부품을 미군이 폐기한 지프에서 떼어내고 드럼통을 두들겨 펴서 만든 차량이라는 것이다. 논란 속에 확실한 사실은 두 가지. 차량생산으로 국내에 떨어지는 금액 기준으로는 시발차가 지금과 맞먹는 수준의 국산화를 이뤘음에도 1964년 망했다는 점이다. 5ㆍ16쿠데타로 등장한 군사정권 아래 정부 보조금이 끊기고 일제 승용차 수입이 허용된 탓이다. 일본계 정치자금 수수의혹 속에 관세특혜를 받은 닛산의 블루버드는 '새나라자동차'라는 이름으로 수입돼 시발차의 숨통을 끊었다. 고유 모델이 등장하기까지는 10년 세월이 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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