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경제통인 나성린(59ㆍ비례대표ㆍ사진) 의원은 4ㆍ11 총선에서 부산 진갑에서 힘겹게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를 치르면서 유권자의 99%가 서민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성장은 조금 천천히 하더라도 다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이 그의 소회다.
18대 국회에서 선진화를 강조하며 잠재성장률과 국가경쟁력에 역점을 뒀던 나 의원으로는 상당한 변신이다. 그는 18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세법 등 조세 문제를 다룰 때 기업과 고소득자의 감세 철회 반대 등 'MB노믹스'를 뒷받침했었다. 실제 그의 의원회관 벽에는 수백 가지 경제지표가 빼곡히 걸려 있을 정도로 경제 해법에서는 성장 쪽에 60~70%나 비중을 뒀었다.
하지만 지난해 한나라당 비전위원장을 맡아 당의 노선을 중도보수 쪽으로 돌리는 데 일익을 담당했던 그는 "자본주의가 위기다. 아쉽기는 하지만 선진국으로 가는 것을 조금 늦춰도, 선도 중진국으로만 확실히 갈 수 있어도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 1999~2000년 경실련 정책위의장ㆍ경제정의연구소장을 하며 재벌개혁ㆍ땅투기방지ㆍ탈세척결을 마무리하고 이후 감세ㆍ규제완화ㆍ개방 등을 모토로 한 선진화로 바뀌었다가 다시 중도 쪽으로 돌아섰다.
올 초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복지확대 등의 새누리당 정강ㆍ정책과 총선 공약을 만들 때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그는 성장과 분배 비중을 각각 5.5대4.5로 잡았다. 성장을 해도 그만큼 일자리가 늘지 않고 경제 양극화 심화 등의 부작용 일어나는 상황을 먼저 치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칙 속의 타협'을 강조해온 나 의원은 "국가가 조금 개입해 반시장적이라도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출신 대학과 스펙을 불문하고 청년인재은행에서 멘토교육을 실시한 뒤 공기업이 우선 채용하고 대기업에도 강력히 채용을 권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비례대표 경제통들에게 "모든 사람이 지역구처럼 하면 나라가 거덜 난다. 누군가는 원칙을 주장하고 걸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나 의원은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전ㆍ현 정부의 감독 실패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