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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금융, 왜 워크아웃에 걸림돌인가

국내 기업들의 해외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통해 왔다. 특히 현지금융은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외채 집계에서도 제외돼 「외환위기의 블랙홀」로 불려졌던 부분이기도 하다.이 때문에 그동안 쉬쉬했던 현지금융 문제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진행과정에서 불거져 나오면서 파괴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금융부분의 구조조정이 일단락되고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현지금융문제가 돌출함에 따라 이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향후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꺼지지않는 불씨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기업들의 현지금융은 말 그대로 해당기업의 해외법인이 현지에서 빌려쓴 돈을 말한다. 현지법인은 대부분 자체신용으로는 돈을 빌리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 본사나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을 얻어 차입하곤 한다. 차입대상은 두 부류로 국내은행 해외지점으로부터 빌리는 것과 외국은행으로부터 대출한 것 등이다. 지난 8월말 현재 국내 기업의 해외법인이 국내은행 해외지점에서 빌린 규모는 182억7,000만달러이며, 현지 외국은행으로부터는 총 286억달러를 차입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중 워크아웃 과정에서 채권단이 골치를 앓고 있는 부분은 바로 현지 외국은행으로부터 빌린 부분. 국내 은행의 지점으로부터 빌린 돈이야 주채권은행이 개별적으로 설득, 해결할 수 있지만 외국은행 차입금은 대책이 없다. 해당기업이 워크아웃을 진행중이라고 사정해봐야 외국은행들이 봐줄 리 만무하기 때문. 차입금 성격도 문제다. 해외현지법인의 성격상 차입금은 대부분 운전자금이다. 이들은 3~6개월만에 상환 기일이 돌아온다. 게다가 대부분 대주(貸主)가 언제라도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붙어있다. 결국 현지금융의 경우 극적으로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는 한 어떤 형태로든 상환하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지금융 규모도 문제다. 신청기업의 주장대로라면 대수롭지 않았던 현지금융의 규모가 막상 실사과정에서 뚜껑을 열고보면 논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 ◇워크아웃에 차질을 빚는 이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M기업의 경우 주채권은행측은 일단 이 기업에 직접적으로 외국 금융기관을 상대로 만기를 연장받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이 자체 신용으로 만기를 연장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주채권은행측은 기업이 만기연장에 실패할 경우 워크아웃을 취소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여기에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법정관리나 화의로 돌아서야 한다는 얘기다. S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 주채권은행측은 그룹측이 만기를 연장하지 못할 경우 국내 채권단이 이 기업의 본사가 지급보증한 부분을 공동으로 떠안는 방법을 검토중이다. 이것도 안되면 국내 채권단을 설득, 공동으로 상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여타 채권단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S그룹의 한 채권은행측은 『공동으로 지급보증을 떠안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워크아웃을 작동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기업구조조정위원회 관계자도 『워크아웃 대상기업에 여타 주력기업을 포함시키는 등의 극적인 돌파구를 찾지 않는한 (워크아웃 작동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설사 상환에 응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외국은행과 국내 금융기관간의 「역차별」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문제는 이미 워크아웃 플랜이 확정된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또다른 S그룹의 경우가 대표적 사례다. 구조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한 워크아웃 개정안은 플랜 작동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으면 워크아웃 작동을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 그룹 또한 그같은 가능성을 배제키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 외국은행 지점으로부터의 차입금도 큰 문제=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지금융도 문제지만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금융기관으로부터 기업들이 대출받은 규모도 엄청나다』며 『기업구조조정에 적지않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국계 금융기관은 워크아웃 협약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에 리스케줄링(부채 구조조정) 작업이 불가능하다는 것. 특히 대기업들의 워크아웃 진행과정에서 이 부분이 본격적으로 수면위에 떠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외국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기업이기 때문. ◇5대그룹의 워크아웃 진행도 안심할 수 없다=정부는 5대 그룹중에서도 1~2개사를 워크아웃 대상으로 집어넣겠다고 밝혔다. 5대그룹은 덩치만큼이나 해외에서 빌려쓴 자금도 엄청나다. 국내 기업의 현지금융중 70% 가량이 5대그룹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진출 외국계은행으로부터의 차입금도 신인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던 5대그룹이 대부분이다. 물론 5대그룹은 일단 외국계 은행이 상환을 요구해오더라도 빚을 갚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채권단은 5대그룹의 워크아웃에서도 채권단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5대그룹이 계열사를 워크아웃 대상으로 집어넣으면서 다른 계열사의 부채상환에 응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의문이다. 그룹측이 상환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결국 그 부담은 채권단의 몫으로 넘어올 수 밖에 없다. ◇해결책은 없는가=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지금융이나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으로부터의 대출은 채권구조에서 비롯된 「태생적 한계」』라며 『현실적으로 별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내 금융기관들도 이제 워크아웃 기업의 해외채무 수준을 면밀히 살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일 경우에만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워크아웃 개정안에서 「외국계 금융기관 및 협약 비적용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금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에는 선정대상에서 제외토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일부 시중은행 워크아웃 담당자들의 주장처럼, 만기연장에 대한 기업의 노력이 엿보일 경우 채권단이 외국은행과 협상을 벌여 부채탕감을 요구하는 방안도 모색할 만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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