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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년 희망을 찾아서 <1>

■ 창업·취업·신용회복… 꿈이 있어 미래도 있다<br>창업스쿨 주부수강생 "내년엔 꼭 학원 원장님"<br>법정관리 택산아이엔씨 "LCD시장 탈환할 것"

‘신용불량자 360만명, 실업자 78만명.‘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혹독한 불황으로 우리 국민들이 올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어렵다고, 실패했다고 해서 포기하고 좌절할 수는 없다. 어둠이 깊어지면 새벽이 다가왔음을 알 듯 극심한 경기침체는 역설적으로 회복이 멀지 않은 법이다. 묵은 해의 고통과 어려움을 딛고 닭의 해 을유년에 희망의 싹을 틔우는 사람들을 찾아본다. 새해를 며칠 앞둔 지난 29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서울실전창업스쿨. 4대1의 경쟁률을 뚫고 수강생으로 뽑힌 예비 창업자들의 진지한 수강태도가 고3 수험생을 방불케 한다. 서른 명 남짓 되는 같은 반 수강생들의 상황은 모두 다르다. 하지만 ‘내년에는 꼭 창업으로 성공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는 마음 속 꿈과 각오는 한결 같다. 아이가 둘이라는 한 주부 수강생은 “결혼 전 학원강사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내년에 보습학원을 차리겠다”며 “꼼꼼히 준비해 내년에는 꼭 원장님 소리를 듣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한 30대 남성 수강생은 “실직 후 한동안 혼자 창업을 준비했지만 요즘같이 창업마저 어려울 때는 사전지식부터 충분히 익혀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강의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저녁 신촌 유흥가. 예년 같으면 송년회를 하는 사람들과 방학을 맞은 학생들로 북적댔을 테지만 불황으로 오가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네온사인 불빛이 도리어 썰렁해 보였다. 대신 근처 대학 도서관은 연말연시도 잊은 채 형광등 불빛 아래서 공부하는 학생들로 꽉 차 있었다. 새해에 졸업반이 된다는 대학생 박유진(22)씨는 “방학이라도 매일 등교해 오전에는 영어, 오후에는 컴퓨터 수업을 듣고 저녁에는 또다시 학원에서 중국어를 배운다”며 “스키캠프도, 해외여행도 가고 싶지만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시간표를 초등학생처럼 꽉 채워놓았다”고 말했다. 30일 종로도서관에서 만난 안모(30)씨는 “아침 일찍 와서 열람실에 자리잡은 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저녁에는 집 근처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일과를 설명했다. 안 씨는 “3년 전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부산까지 내려가 호텔에서 근무했었다”며 “재계약이 되지 않아 실업자가 됐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내가 희망만 버리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웃었다. 같은 날 오전 서울 중앙지법 파산부 개인회생 접수창구도 희망을 갈구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오전 일찌감치 접수를 마친 서울 가리봉동의 신용불량자 배모(29ㆍ여)씨는 “새해에는 신불자 2년여 생활이 갈라놓은 가족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며 애틋한 소망을 밝혔다. 그는 지난 2002년 어머니의 절친한 친구의 보증을 섰다가 4,000만여원이나 되는 빚을 떠안았고 결국 신불자로 전락했다. 2년 가까이 계속된 채권추심 전화는 배씨가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참지 못하고 지난해 3월 집을 뛰쳐나올 만큼 무서웠다고 한다. 새롭게 창업했거나 부도 후 재기를 노리는 중소기업인들도 새해를 희망으로 채우겠다며 회사 일에 온 몸을 던지고 있다. 9월 해외실적 부진 등에 따른 현금 유동성 위기로 수원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택산아이엔씨. 한때 액정표시장치(LCD) 수출실적 세계 9위까지 올랐던 이 회사는 내년을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세계 LCD시장을 재선점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회사 해외판매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윤성근(45) 영업1팀 부장은 “기술력 하나만큼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된 만큼 내년에는 ‘수출대박’이 터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국산 진브랜드 1위 업체인 닉스 대표이사로 있다가 경영난으로 회사부도라는 시련을 겪은 김효근(42)씨. 김씨는 4월 주거환경개선 서비스 업체 ‘그린베어’를 설립, 재기에 나섰다. 그는 “광촉매 사업을 필두로 우수한 친환경 자재들을 자체 개발해 국내외 어떤 기업보다 경쟁력 있는 친환경 전문기업으로 만들고 싶다”며 닉스에 이어 두번째 신화를 쓸 꿈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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