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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 경제 ‘속빈 강정’
입력2003-05-19 00:00:00
수정
2003.05.19 00:00:00
임석훈 기자
농가부채가 31년만에 처음으로 줄었으나 전반적인 농가의 경제사정은 악화되고 있다.
1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2년 농가경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농가의 가구당 부채는 1,989만8,000원으로 전년보다 2.3% 줄어 2,00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농가부채가 감소한 것은 1971년 이후 처음이다. 농가소득은 이자하락 등 농업경영비감소 등에 힘입어 2,447만5,000원으로 2.4%가 늘었다. 농가의 단기상환능력 지표인 유통자산(현금, 예금 등 금융자산)대비 부채비율도 53.6%로 전년보다 9.4%포인트나 낮아졌다.
하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지표와 달리 농가의 실제 형편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도시가계의 가구당 평균소득은 3,351만원으로 여기의 73% 수준에 불과하다. 1년전인 2001년의 76%수준 보다도 더 낮아졌다. 소득 증가율도 도시가계는 지난해 4.6%에 달했지만 농가는 그 절반인 2.4%에 그쳤다. 도농간 격차의 심화와 농촌 인구의 도시로의 이탈 가속화도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부채가 줄어든 점도 농가 현실이 열악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부채가 31년만에 줄었으나 빚을 적극적으로 갚아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를 게을리한 결과다. 농지나 시설물 등 생산시설 투자의 부채가 9.4%나 줄어든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개방 가속으로 타격이 뻔한 상황에서 돈을 빌려 투자를 해도 거둘 게 없다는 자포자기성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이 늘지 않다 보니 지출도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농가 가계비지출은 가구당 1,786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3.2% 줄었다. 교육비가 9.2%나 감소했고 보건의료비(-5.2%)도 줄었다. 휴대폰 보급 확대로 교통통신비가 5.4% 늘어난 게 눈에 띌 따름이다.
한편 지난해에는 태풍 루사의 피해가 집중됐던 강원과 전북의 소득이 급감했다. 강원도의 경우 2001년 평균 소득이 2,468만원(4위)에서 지난해에는 2,178만원(7위)으로 크게 줄었고, 전북도 2,241만원에서 2,091만원으로 감소했다.
<임석훈기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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