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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각지대 놓인 특수형태 근로자

택배·퀵서비스 기사도 이달부터 보험 적용되지만…<br>학습지 교사 등 기존 4개직종 보험 가입률 4년새 8.7% 그쳐<br>가입후적용제외 가능 허점 "법개정 서둘러야" 목소리


지난 2008년 7월부터 특수형태 근로종사자 가운데 레미콘 기사, 보험 설계사, 학습지 교사, 캐디 등 4개 직종이 산재 보험 의무 가입 대상에 추가됐지만 현재 가입률은 9%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의 절반을 스스로 부담해야 되는데다 언제든 적용 제외 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1일부터 산재 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된 택배ㆍ퀵서비스 기사 역시 이들과 비슷한 전철을 밟으면서 산재 위험의 사각지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레미콘 기사, 보험 설계사, 학습지 교사, 캐디 등 4개 직종의 등록 종사자 40만5,099명 가운데 산재 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는 근로자는 3만5,202명으로 산재 보험 가입률이 8.7%에 불과하다.

업종별로는 레미콘 기사가 28.9%로 그나마 가장 높은 가입률을 보였고 보험 설계사와 학습지 교사는 각각 8.6%, 7.3%밖에 안 됐다. 2만1,542명 중 단 648명만이 가입한 골프장 캐디의 가입률은 고작 3% 수준이었다.

산재 보험 가입 대상에 포함되는 특수형태 근로자는 산재보험법 125조에 따라 사업주랑 보험료를 반반씩 부담해야 하며 의무적으로 가입한 뒤 종사자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 적용 제외 신청을 할 수 있다.

대구에서 K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김화정(28)씨는 "재계약을 하고 싶으면 적용 제외 신청을 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사업주들이 가한다"며 "차를 타고 많이 움직여야 하는 일의 특성상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불운이 닥치지 않기만 바라며 보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달부터 택배ㆍ퀵서비스 기사 역시 산재 보험 가입 대상에 추가됐지만 전례에 비춰볼 때 가입률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산재 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어떤 사유든 곧바로 적용 제외 신청이 가능하도록 돼 있는 법의 허점이 이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당정협의를 통해 특수형태 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예외 사유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1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당에 의해 법안 통과가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의 맹점을 하루 빨리 개정해 특수형태 근로자들이 산재 위험의 사각지대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 수행 방법에서 일부 자율성이 보장되지만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 역시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산재 보호가 요구되는 근로자"라며 "여러 이해 관계자의 입장을 절충한 타협의 산물인 법안을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교수는 "사업주에게 보험료 전액을 부담시키는 방안과 현행처럼 절반씩 부담하되 적용 예외 사유를 대폭 제한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특수형태 근로자들은 대부분 저임금에 허덕이는 노동자들"이라며 "그들의 실정을 감안한 정책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환노위에서 법안 통과가 좌초되면서 정부의 노력이 무색해졌다"며 "이달부터 두 가지 직종이 새롭게 산재 보험 혜택을 받게 된 만큼 19대 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정부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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