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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정한 리서치와 상생


최근 한 애널리스트의 시내면세점 선정 관련 보고서가 화제를 모았다. 보고서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은 입찰후보 기업의 고위경영자가 애널리스트에게 부당한 항의를 했다는 뉴스가 경제지를 비롯한 여러 신문에 보도됐다. 시시비비는 차치하고 곤란한 상황에 빠져 충격이 적지 않을 그 애널리스트의 처지가 측은하게 느껴진다.

최근 4년 매도 의견 0.1%에 그쳐

최근 감독당국은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를 도입했다. 애널리스트가 특정 종목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발표할 때 소속 증권사의 최근 1년간 전체 투자의견을 '매수' '중립' '매도'로 분류하고 각각의 비중을 함께 적시하도록 해 '매도'의견 비중을 확대하고 보고서 내용의 공정성을 제고하는 것이 핵심이다.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좀처럼 '매도'의견을 내지 않는다. 최근 4년간 매도의견 보고서는 총 60건에 불과해 전체 발표 건수(9만9,000건)의 0.1%에도 못 미쳤다. 국내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의견 비중이 같은 기간 9.2%(2,352건)인 것과 크게 비교된다. 국내 증권사가 매도의견을 내지 않는 주된 이유는 '갑'의 위치인 상장사의 무언의 압력일 것이다. 부정적인 의견을 발표한 증권사는 당장 주요 고객을 잃을 수 있다. 최근 리서치 센터장들과 간담회에서 매도의견 비율을 높이려면 증권사를 압박하기보다 상장회사의 문화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볼멘소리가 컸던 것도 이 같은 연유 때문이다. 모든 상장사의 문제는 아니라도 한국 자본시장의 일면을 보여주는 불편한 진실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매도의견을 자유롭게 발표하는 미국도 상장사와 증권사 간 현실적 관계는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증권사도 상장사를 잠재적 중요 고객으로 삼고 있고 부정적 의견을 내면 당연히 상장사의 눈 밖에 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리서치 보고서의 수요자인 기관투자가들의 평가가 엄중하고 우선시되면서 독립적이고 충실한 분석보고서가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우리의 리서치 보고서 문화도 선진화의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걸음마 단계지만 독립 리서치 회사가 활동하기 시작했다. 독립 리서치 회사는 양질의 분석보고서를 유료로 제공하고 기관투자가를 직접적인 수요자로 하기 때문에 분석의 정확도가 최우선이다. 자연히 매도의견도 빈번히 나올 수밖에 없고 기존 증권사 리서치 센터와 차별화하며 보고서 관행에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일부 증권사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객관적 분석을 바탕으로 자발적인 매도의견 비중을 높이기 위해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시행 초기 어려움이 있겠지만 시장 분위기가 바뀌어 갈수록 선도적 증권사로 고객이 모일 것이다.

'갑' 상장사 '을' 증권사 압박해선 안돼

그러나 리서치 문화가 변하려면 역시 상장사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다. 객관적 자료 분석에 입각한 자유로운 의견을 발표하는 증권사를 싹부터 잘라버린다면 결코 시장은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한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투자자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해 자본시장의 저변을 공고히 한다. 상생은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호발전을 위한 키워드로 애용돼왔지만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도 상장사와 증권사 간 상생은 강조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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