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하원이 내년 회계연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IMF 쿼터개혁안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MF 쿼터개혁안은 IMF 재원을 7,200억달러(약 793조4,400억원)로 두 배 늘리면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를 포함한 신흥국의 지분율을 높이는 게 핵심이다. 기존 1.41%인 한국의 지분율도 1.80%로 상승하게 된다. 반대로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 지분율은 줄어든다.
지난 2010년 주요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개혁안이 합의됐지만 미국 의회가 반대하면서 4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개혁안이 실행되면 미국의 납부금은 늘어나는 반면 영향력은 줄어든다는 이유로 공화당이 비준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IMF의 최대주주(지분율 17.69%)로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성명에서 "IMF 회원국들은 미국이 올해 말까지는 개혁안을 승인할 것이라고 기대해왔다"며 "미 당국에 크게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10월 미 의회가 IMF 쿼터개혁안을 비준한다면 본인이 직접 벨리댄스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중국도 "중국은 미 의회가 쿼터개혁안을 통과시키도록 계속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쿼터개혁안이 통과되면 중국의 IMF 지분율은 4%에서 6.39%로 늘어나 전체 회원국 중 3위로 올라서게 된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 의회가 계속 협조를 거부하자 올해 초 플랜B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성명에서도 "회원국의 요구에 따라 쿼터개혁을 위한 다른 방안을 검토해 내년 초 이사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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