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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오락가락 과세행정

김정곤 기자 <금융부>

수익이 나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론은 고등학교 경제 수업에 나오는 고전이론이다. 하나, 과세 행정의 투명성, 입법의 사전 예고제와 같은 선진적인 행정기법은 고전이론의 틀을 넘어 국세청이 늘 강조해오던 목표였다. 국세청은 교과서대로 은행들이 비과세 상품으로 판매했던 ‘엔화스와프예금’에 대한 과세방침을 결정했다. 은행권의 공식입장은 국세청을 상대로 과세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송을 내고 고객들에게 국세청의 방침을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도 은행 입장에서는 쉽지 않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얘기다. 우선 소송의 승패 여부를 떠나 세금을 부과하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해서 얻는 실익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자칫 밉게 보여 화를 자처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제 와서 고객들에게 세금을 내라고 하는 것도 또 다른 분쟁과 소송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하면 은행과 고객과의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하게 되는 셈이다. 은행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지 고민 중이다. 법리적으로 보면 승산이 있다는 게 법무법인의 자문 결과이지만 반대급부가 더 크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다. 엔화스와프예금이 고객들에게 판매된 것은 3년 전부터다. 일본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가고 일본 니케이 지수가 상승하던 차에 은행들은 앞을 다퉈 상품을 만들었고 돈이 있는 사람들이 재테크의 수단으로 이 상품을 사들여 수익을 냈다. 그때는 과세당국에서 아무도 엔화스와프 상품에 대한 과세 여부를 거론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부터 정부에서 과세 적정성 여부를 흘렸고 그러자 은행들은 엔화 상품을 거의 중단하고 지금은 이 상품의 맥이 끊긴 상태다. 돈은 수익에 따라 움직이는 민감한 동물이다. 과세는 수익을 깎아먹는 조치이므로 경제활동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다. 이번 엔화스와프예금 과세 방침의 문제는 과세의 적정성 여부보다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과세행정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은행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고객을 봉으로 삼아야 하든지, 은행이 뒤늦게 세금을 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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