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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이번엔 천연가스 값 조작 파문

리보(LIBORㆍ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으로 홍역을 치렀던 영국에서 이번에는 천연가스 가격 조작사건이 벌어졌다.

영국 금융청(FSA)와 가스전력시장국(Ofgem)은 "지난 9월 말 천연가스 가격의 비정상적인 움직임과 관련해 내사를 벌이고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나란히 시인했다. 에드워드 데이비 에너지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가격조작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문제의 진상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전력회사와 상품시장 트레이더들은 런던 ICE 선물시장의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NBP(National Balancing Point)'를 정기적으로 조작해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최초로 제보한 인물은 천연가스 가격 산정기관인 ICIS헤렌의 내부 관계자로 9월28일 가격조작 현장을 30분 동안 목격하고 이 사실을 금융당국에 알렸다고 전해졌다. 트레이더들은 정상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일제히 주문을 내는 식으로 가격을 조작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각종 '외압'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NBP는 장중 1.7%나 급락했다.

NBP는 3,000억파운드(518조원) 규모의 영국 전력시장은 물론 천연가스 관련 선물 시장 및 각종 파생상품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어 리보 조작에 버금가는 국제적인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가디언은 시장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전력 대기업의 천연가스 가격 조작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라며 "가격책정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NBP 관련한 금융상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여기에 투자해온 헤지펀드나 글로벌 은행들이 집단소송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규제당국은 자국 은행인 바클레이스가 2006~2008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전력시장을 조작했다는 혐의에 휘말린 후 에너지 관련시장을 예의주시해왔으나 이번 사건을 막지는 못했다. 미국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최근 바클레이스에 4억3,500만달러의 벌금을 물렸다.

또한 한편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에너지 관련 선물시장의 감독에 전세계가 공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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