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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알아야 면장 한다

인류가 만든 3대 명약으로 페니실린과 아스피린, 스테로이드를 꼽는다. 그중에서도 페니실린은 2차 대전까지만 해도 웬만한 세균성 질환은 한방이면 깨끗이 치료됐기 때문에 ‘만병통치약’으로 불렸다. 세상에 무슨 병이나 다 낫게 만드는 그런 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축제의 달인 10월에 지방자치단체마다 특색 있는 향토 축제가 한창이다. 축제가 열리는 곳이면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약장사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어김없이 약장사가 나타나 “이 약으로 말할 것 같으면…” 하며 넉살 좋은 허풍으로 약을 선전한다. 약장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저 약 하나만 있으면 이 세상의 모든 병은 다 없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배 아픈데도 바르고 머리 아파도 바르는 만병통치약이다. 우리는 약을 먹기 전에 의사의 처방을 받는다. 그리고 약사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 약을 먹는다. 한번에 얼마만큼씩 먹어야 하고 어떤 경우는 먹어서는 안되는지 등등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살핀다. 통계도 약과 같다. 사용하기 전에 어떤 방법으로 그 통계를 만들었는지 알아야 한다. 또 어떤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유사한 통계와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등등도 따져봐야 한다. 아직까지 어떤 경우에나 다 들어맞는 만병통치약 같은 통계는 없다. 통계학의 발달과 조사기법의 정교화로 그 한계가 점차 작아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7월 통계청은 한국품질인증센터로부터 획득한 ‘통계품질평가 시스템 행정서비스의 기획 및 운영’에 관한 ‘ISO 9001’ 인증을 획득했다. 완벽한 통계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이다. “알아야 면장한다”는 말이 있다. 면사무소라는 작은 기관을 운영하는데도 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자주 쓴다. 여기서 말하는 면장은 면사무소의 장을 지칭한다. 그러나 원래 의미의 면장은 “담장을 면하다(免牆)”는 의미라고 한다. 즉 알아야 담장을 대하고 있는 답답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통계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면장’할 수 있다. 알아야 남용도 오용도 방지할 수 있다. 이 가을에 ‘재미있게 쓴 통계이야기’ 한 권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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