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국립묘지 마른 자리에 편히 쉬게 하고파"

故 전재규씨 부친 심경토로 "어서 재규 곁으로 가고 싶어"

"아직도 재규의 착한 모습만 생각나고 어서 빨리재규 곁으로 가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남극 세종기지에서 연구활동 중이던 서울대 대학원생 고(故) 전재규씨가 불의의 사고로 숨진 지 벌써 1년이 지났지만 재규씨의 아버지 전익찬(55)씨는 눈앞에 아른거리는 아들의 모습에 고통스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7일 전재규(당시 27세)씨가 남극 세종기지에서 기상악화로 실종,끝내 싸늘한 시신이 돼 돌아오자 정부와 언론은 훈장 추서, 특별위로금 지급 등 한동안 관심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전씨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차츰 잊혀졌다. 하지만 흐르는 시간도 전씨 가족의 고통까지 씻어내지는 못했다. 전익찬씨는 "아내도 나도 오직 재규 생각만 하며 날마다 절에 가서 기도를 드린다"며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가슴아파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고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고향 영월에서 학교 행정직원으로 일했던 전씨는 지난 10월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둔 채 얼마 안 되는 연금으로 살고 있다. 매년 추석이면 밝은 모습으로 고향으로 돌아왔던 듬직한 아들을 더이상 볼 수 없게 된 전씨 부부는 지난 추석에도 큰형님 댁으로 가지 않고 딸 정아(26)씨의 서울 집에서 조용히 지냈다. 전씨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다. 우리 가족에게 이젠 명절은 없다"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나도 아내도 어서 빨리 재규 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며 한숨 지었다. 하지만 전씨에게는 아직 한가지 해야할 일이 남아 있다. 아들 재규를 어서 빨리 국립묘지 마른 자리 한쪽에 안장해 편히 쉬게 하고 싶은 것. 조난사고 직후 전익찬씨는 아들의 유해를 국립묘지에 안장시키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지만 정부에서 돌아온 답변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세간의 관심이 줄어도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고 국방부장관, 국무총리, 청와대등 관계부처에 끊임없이 호소문을 보냈다. 전씨는 "재규는 조난당한 동료 대원을 구출하려고 구조대원으로 나섰다 숨진 것"이라며 "유골로 남아 충주 산골 절에서 편히 쉴 곳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국립묘지에 안장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국가유공자 뿐 아니라 사회적 공적이 큰 의사상자(義死傷者)도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국립묘지제도 발전방안'이 논의돼 한 가닥 희망을 가지게 됐다는 것. 오는 3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고 전재규씨 추모 학술대회에 참석할 예정인 전씨는 아들이 몰두했던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 선.후배들에게 "재규가 못다 이룬 꿈 을대신 이뤄 우리 나라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조 기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