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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4월 5일] 아파트 계약자는 이미 잡은 물고기?

"아침에 파는 배추와 저녁에 파는 배추 가격이 같을 수는 없잖아요." 최근 미분양 할인문제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한 업계의 관계자는 기존 계약자에게 할인을 해줄 수 없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가격을 정하는 것은 판매업자들의 재량이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기존 계약자들이 이 말을 들으면 '과연 그렇구나' 라고 납득할 수 있을까. 분양시장이 침체되면서 계약조건을 변경하는 단지가 늘어나고 있다. 분양가를 1억원 가까이 깎아주는 단지가 있는가 하면 중도금 대출을 무이자로 바꾸는 단지도 많다. 새로 집을 사려는 사람은 절호의 기회겠지만 이미 계약을 한 사람은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여 만에 몇 천만원에서 1억원까지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파트가 다른 것도 아니고 입주일도 같다. 기존 계약자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파는 것과 같은 혜택을 요구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물론 건설업체 입장에서 보면 상황이 다르다. 미분양 아파트뿐 아니라 기존 계약자까지 할인을 적용하면 손해가 더 늘어나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이미 계약을 체결한 만큼 계약자들의 요구를 무시해도 법적 책임은 없다. 하지만 최근 건설사들의 행동을 보면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미분양 아파트를 처리한다는 것이 목적이라지만 불과 2~3개월 만에 계약조건을 바꾸고 할인혜택을 주는 행태는 납득하기 힘들다. 입장 바꿔 건설업체들이 똑같은 층수와 주택형을 단지 몇 개월 빨리 계약했다는 이유로 금융비용 등의 손해를 보라면 그냥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보니 계약자들도 계약조건을 변경할 경우 같은 혜택을 주겠다는 구두 약속을 건설사에서 받아두지만 그 약속을 지키는 곳은 없다. 오히려 기존 계약자들 몰래 할인혜택을 주는 행태가 계속되고 공개할인을 해도 기존 계약자들에게 사전 양해 없이 달랑 공문 하나를 보내는 일방적인 통보식이다. 거의 전재산이 다 들어가는 아파트는 배추가 아니고 기존 계약자들이 '이미 잡은 물고기'도 아니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더라도 기존 계약자들의 손실과 억울함을 최선을 다해 보듬고 설득할 일이다. 지금처럼 기존 계약자를 '나 몰라라' 한다면 미분양사태 시대에 소송만 늘어나고 몇 십년에 걸쳐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는 한순간 추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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