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울때 투자 '글로벌 일류 겨냥'

삼성그룹의 내년도 경영계획은 ‘글로벌 일류기업 구현’이란 경영방침을 달성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해 창업 이래 사상 최대의 경영실적을 올린 여세를 몰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주력사업의 시장지배력을 늘려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클래스에 올라서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화절상과 고유가, 세계시장에서의 경쟁격화 등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매출과 이익목표 등은 다소 신중하게 잡았다. 특히 삼성이 내년도 경영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이익목표를 올해보다 낮춰 잡음에 따라 경영계획 수립에 고민하고 있는 다른 주요 기업들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상 최대 경영성과 달성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이 수출 500억달러 돌파 등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요인으로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 ▲계열사 경영진의 책임감과 추진력 ▲그룹 구조조정본부의 보좌역할 등 크게 세가지를 꼽았다. 이 본부장은 “일본의 반도체업체들이 한때 부진한 실적을 올린 것은 전문경영인들이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쉽게 결정하지 못한 요인이 크다”며 “하지만 삼성은 회장의 강력한 리더십이 있어 과감한 투자를 통해 한발 앞서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인 초일류 기업이 되려면 수익이나 재무구조 등 실적인 회사내용이 세계시장에서 ‘톱3’ 내지 ‘톱5’에는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에도 공격적 투자 나선다 삼성이 내년도 시설투자와 연구개발투자를 대폭 늘린 것은 국내경기의 활성화를 위해 대표기업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환율과 유가 등 불확실한 변수가 많지만 이럴 때일수록 투자를 늘려 그룹은 물론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강화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채용확대 등을 통해 경제가 활성화되도록 하기 위해 경상경비 축소 등 긴축경영 없이 정상적인 경영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에 앞서 오는 2005년과 2006년 두 해 동안 총 34조원을 시설투자에 투입하는 등 총 투자를 50조원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경영목표 설정은 신중하게 삼성은 올해 경영계획을 수립하면서 원ㆍ달러 환율 기준을 1,050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기준일 뿐이며 주요 사업별로 손익분기점을 좌우하는 환율을 설정, 시나리오식 경영을 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만큼 상황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이 공격적인 투자방침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매출목표를 거의 올해 수준에 맞추고 이익목표를 낮춰 잡은 것은 내년도 한국경제의 상황을 만만치 않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며 “상당수 다른 기업들도 삼성과 보조를 맞춰 내년 경영계획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