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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보산업, 기술축적이 관건
입력2004-12-12 16:33:49
수정
2004.12.12 16:33:49
이미영<건대교수ㆍ경영정보학과>
지난 80년대부터 일부 대기업의 주도로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한 국내 정보기술(IT) 산업은 90년대 후반부터는 통신솔루션ㆍ포털ㆍ게임 부문에서 대중적인 성공 신화를 탄생시켰다. 이에 따라 IT 중소ㆍ벤처기업들에도 자본과 우수인력이 몰려들면서 전반적인 IT산업의 균형적 성장을 가져오게 됐다.
그러나 최근의 각종 지표는 국내 IT산업이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자생기반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성장축을 담당해야 할 중소기업들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즉 IT 벤처의 거품이 빠지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자본과 고급인력들이 급속히 이탈함으로써 이들 기업은 미처 뿌리내리기도 전에 고사할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IT산업의 중소기업들이 독자적인 생존기반과 이를 토대로 성장의 모멘텀을 마련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이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에 대한 신뢰성 확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기술개발 자체라기보다는 지속적인 기술축적의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창업은 정부의 연구개발자금 지원과 대학과의 산학협동 등을 통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부화단계에서 성공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지속적으로 심화시켜나가지 못함으로써 성장단계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다시 말해 기술을 축적해야 할 시기에 기업들은 생존에 급급해 당장 돈이 될 만한 사업에 매달리다 보니 기술축적을 통한 자생력 확보의 기회를 영영 놓쳐버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보유기술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려면 기업 내부적인 기술관리체제의 개선과 함께 정부지원체제의 개선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기업에서는 기술개발의 열매를 내부화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기술 축적의 근본은 개발된 기술을 ‘문서’ ‘특허’ ‘지적재산권’ ‘품질인증’ 등의 공식적인 자료로 남기는 것이다. 이런 구체적인 기술축적이 없다면 기술이 회사가 아니라 엔지니어에 귀속되기 때문에 엔지니어가 다른 회사로 옮기게 되면 원래 기업은 더이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기술축적을 위해서는 열악한 실험실에서 만들어낸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증명된 기술로 연결시켜 기업의 자산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당장 생존에 급급한 중소기업들이 이러한 기술축적을 수행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할 여유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와 관련된 외부 전문가 그룹의 진단과 자문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함으로써 기업 내부적 체질개선을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비록 한시적으로 기술축적을 유도하더라도 기술을 팔 수 있는 시장이 제한돼 있다면 지속적인 기술축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의 납품을 통해 생존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중소기업을 대기업의 하청업체 정도로 여기는 관행이 바뀌지 않는다면 중소기업의 기술축적은 기대하기 힘들다. 즉 대기업이 해외 기업들에는 기꺼이 로열티를 지불하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에는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용역 형식으로 기술의 영구사용권을 가져오는 불평등 계약은 조속히 지양돼야 할 것이다.
이와 병행해 중소기업들이 개발한 기술을 자체적으로 상품화하고 홍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 축적된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제품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체계적인 다큐멘테이션 및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인적자원을 감안하면 기술의 상업화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IT산업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다. IT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모험심을 가진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지속적인 기술축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의 체질개선과 정부의 간접적 지원체제를 빨리 정비해야 한다. IT 강국은 기술축적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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