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이용해 스페인 여행 계획을 세웠던 직장인 A씨는 깜짝 놀랐다. 이미 모든 예약이 끝났다는 소리를 여행사에서 들었기 때문이다. 예년의 명절 연휴는 기껏해야 3~4일로 단거리 노선이 붐볐을 뿐 유럽이나 미국 등 장거리 항공권은 여유가 있었는데 이번은 달랐다. 대체휴일까지 포함해서 연휴가 5일 이상이 되면서 무리해서 멀리 여행을 나선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도저히 일정을 맞출 수 없었던 그는 결국 국내여행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국내 숙박지와 교통도 붐빌 것으로 보여 우려하고 있다.
◇'가을휴가'로 인식, 유럽행 여행 늘어=27일 업계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움츠러들었던 여행ㆍ레저 수요가 늘고 있다. 추석 연휴 다음날인 10일 수요일이 대체휴일이고 또 연차수당 비용을 줄이고 직원복지 차원에서 11~12일 이틀을 추가 휴가로 권유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연휴가 최대 9일까지 늘어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연휴의 시작인 오는 9월5~7일 출발 기준 해외여행자는 2만여명에 달했다. 당초 시기적으로 이른 추석에다가 여름휴가에 추석 연휴가 이어지면서 여행업계는 다소 우려하기도 했다. 여행수요가 줄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장기 연휴의 기대가 커지면서 추석을 열흘 정도 앞두고 올해 예약인원은 지난해의 90%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장거리 여행지로 유럽의 인기가 뛰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9월5~14일 유럽행 노선의 예약률은 97%에 달했다. 특히 프랑스 파리, 스페인 마드리드, 체코 프라하 노선의 경우 99%대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 등 미주 노선도 예약률이 크게 늘었다. 미국 시애틀 노선의 경우 82%의 예약률을 기록 중이다. 전년 77% 대비 5%가량 수요가 늘어났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이번 추석 연휴가 가을휴가로 불릴 만큼이나 길어지면서 장거리 해외여행에 나선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뿐만 아니라 국내여행도 붐비는 것은 마찬가지다. 추석 연휴기간 항공사의 제주행 항공권은 이미 일찌감치 동난 상태다. 전국의 주요 여행지 숙소도 이미 예약이 완료된 곳이 많다.
◇명절로 쌓인 피로는 힐링으로…호텔ㆍ리조트 인기=연휴가 길어지면서 차례를 지내더라도 남는 휴일이 많아지고 이를 통해 늦은 여름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호텔과 리조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날 현재 호텔 패키지 예약현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0%가량 상승 추세에 있다.
여름휴가가 끝나기도 전인 이달 둘째 주부터 추석 패키지 문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예약률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호텔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맞춰 호텔들은 앞다퉈 미식·문화체험·와인행사 등을 곁들인 프로그램을 기획해 하루가 멀다 하고 추석 패키지를 쏟아내며 추석 때 재충전을 위해 지갑을 여는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가격대를 10만원 대로 낮춘 그랜드앰배서더서울은 6일간 운영되는 추석 패키지 예약률이 현재까지 전년보다 25% 늘었다. 4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JW메리어트호텔의 예약률은 20%가량 증가했으며 쉐라톤그랜드워커힐도 비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더플라자와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파르나스&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도 각각 15%·10%씩 늘고 있어 9월 초까지 추석 패키지 홍보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출이 컸던 여름휴가 직후의 이른 추석임에도 불구하고 추석 패키지 예약이 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여유를 더 찾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테마파크ㆍ리조트들도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는 9월7~10일 '한가위 민속 한마당' 행사를 통해 고객유치에 나섰다.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는 '추석 연휴 스페셜 패키지'를 통해 최대 42%를 할인하기로 했다.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도 9월6~8일 오후8시부터 통기타 가수의 라이브 공연과 전문 DJ의 추억의 올드팝 공연을 시원한 야외 비어가든과 함께 마련했다. 감미로운 선율 속에 깊어가는 가을밤의 정취를 물씬 느끼며 명절로 지친 감정을 치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편리한 소셜커머스 활용 늘어=소셜커머스도 추석 특수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티몬은 이달 들어 캠핑장 이용권과 어린이 뮤지컬 입장권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0% 증가했다. 국내외 여행상품은 140%가 늘었고 워터파크 이용권은 775%가 급증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면서 가족 단위로 추석 연휴를 즐기려는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티몬의 한 관계자는 "이른 추석으로 여름휴가를 떠나지 못한 고객들이 뒤늦게 여행상품을 예매하고 있다"며 "가족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펜션 이용권도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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