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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B 특단 조치 글쎄" 시장 기대심리 급랭

드라기 총재 권한 안에선 '무슨 일이든' 하기 어려워<br>당장 조치 내놓기 힘들 듯… ECB 내부서도 분열 조짐


'유로를 지키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하겠다'던 마리오 드라기(사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에 대한 기대감이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8월2일(현지시간)로 예정된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구할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30일 로이터통신은 드라기 총재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당장 ECB의 움직임을 기다리는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JP모건의 데이비드 매키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위기가 이어진) 지난 2년 반 동안 ECB의 발언을 되돌아본다면 당장 ECB가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조너선 로인스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드라기 총재의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세 단어에 무게를 뒀지만 (전제조건인)'위임된 한도 안에서'라고 말한 세 단어도 중요하다"면서 "(뚜껑이 열리면) 시장이 실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ECB 내부에서도 분열조짐이 일면서 드라기 총재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30일 드라기 총재가 사전에 ECB 통화정책위원들과 합의도 없이 깜짝발언을 했다는 점에서 일부 인사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옌스 바이트만 독일 분데스방크(중앙은행) 총재를 비롯해 네덜란드ㆍ벨기에ㆍ핀란드 등 재정이 튼튼한 북유럽 국가의 중앙은행 총재들은 ECB의 스페인ㆍ이탈리아 국채매입을 강력히 반대하면서 반(反)드라기파를 형성하고 있다. 드라기 총재는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바이트만 총재와 별도로 회동할 예정이지만 바이트만이 기존 입장을 번복해 드라기에게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자 렉스 칼럼에서 드라기의 발언을 위험한 도박에 비유하면서 "그가 분데스방크의 지지를 받는다면 ECB의 위기대처 능력을 인정받겠지만 ECB의 내분으로 이어질 경우 유럽 중앙은행의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드라기 총재의 발언이 '또 다른 시간 벌기'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됐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ECB의 새로운 조치는 유로존 정부들과 공조해 오는 9월이나 10월께 가능할 것이며 스페인이 전면 구제금융을 신청할지 여부 등도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과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의 30일 긴급회담 이후 공동성명에서도 '유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협력을 강화한다'는 원칙론만 재확인했을 뿐 핵심인 '어떻게'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FT는 지적했다.

이 영향으로 잠시 반등하는 듯하던 유로화 가치는 다시 하락했다. 30일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유로 가치는 0.0051달러 떨어진 1.2261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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