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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하는 도시 재생으로 활로 찾자] <5> 지방 중소도시 재생 롤 모델 경북 영주시

공공건축 중심으로 환경 개선…주택신축 늘며 생기 되찾아<br>통합계획 세우고 외부 전문가 통해 도시 디자인<br>향교골 전통가옥 리모델링 관광명소로 변신<br>부족한 재원 정부 공모사업 지원해 채우기도

경북 영주시 구도심인 향교골의 재생사업 전후 모습. 전통 한옥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해 향토음식체험관(오른쪽 사진 왼쪽)으로 활용하고 새로 지은 한옥은 주민복지센터로 운영하면서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꾀했다. 공공시설이 들어서고 도로 확장으로 주거환경이 크게 개선되자 주택 신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진제공=영주시


경북 영주시 명륜길 13번지 일대에 들어서면 널찍한 마당을 끼고 한옥 두 채가 자리잡고 있다. 주민 커뮤니티시설인 '참사랑주민복지센터'와 향토음식체험관 '요선재'다. 기자가 찾은 지난 12일 오후 참사랑 주민복지센터에서는 어르신 7명이 도예가 김수재씨와 함께 도자기를 빚고 있었다. "배울 만하냐"는 질문에 어르신들은 "너무 재밌어"라고 이구동성으로 답했다. 같은 시각 요선재에서는 강순주 영주전통향토음식체험교육관 부관장의 전통 삼계탕 요리강습이 진행됐다. 시내 식당 주인 15명이 수강했다. 요선재는 영주시가 향교골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조성한 전통음식문화 체험공간으로 개관 1년 만에 영주의 새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구도심인 향교골은 시청과 기차역이 시내 남쪽으로 이전하면서 쇠퇴일로에 있었으나 이러한 거점시절이 들어서고 도로·주차장·공원 등 기반시설이 속속 확충되면서 십수년 만에 주택 신축이 이뤄질 정도로 생기가 돌고 있다.

영주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청량리역과 경주역을 잇는 중앙선이 지나는 영주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경북 북부지방의 교통 요충지로 흥성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석탄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고 중앙·중부내륙고속도로가 잇따라 개통되면서 물류 거점기능이 약화돼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인구가 급감했다. 영주시는 낮은 재정자립도와 인구 감소, 노령화로 인해 기존 방식으로는 도시를 되살리기 힘들다고 판단, 공공건축을 거점으로 역사·문화자원을 연계하는 등 지역 여건에 맞는 재생전략을 추진해 지방 중소도시 재생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통합 마스터플랜 수립, 외부전문가 적극 활용=영주시의 도시재생정책이 여타 도시와 차별화되는 것은 마스터플랜에 따라 점진적·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12월 '공공건축을 통한 도심재생 방안 통합 마스터플랜'을 수립해 각 프로젝트 간 연계성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사골에서 향교골까지 이어지는 역사문화거리 조성사업이 대표적이다. 관사골의 건축도시박물관과 향교골의 청소년 문화의 집, 요선재 등은 별개사업이지만 역사문화거리라는 큰 틀에서 서로 연결돼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재생사업을 위해 별도조직을 설치하고 외부전문가를 적극 활용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도시디자인과를 신설하고 민간전문가를 디자인관리단장으로 영입해 마스터플랜 수립과 프로젝트 진행을 맡겼다.

석웅수 영주시 도시디자인과장은 "마스터플랜에 따라 점처럼 흩어져 있는 각 사업들을 선으로 연결하고 이를 다시 입체적인 면으로 확산하는 방식의 통합적 재생을 추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전문가·지자체 간 협력 거버넌스 구축=영주시는 주민들이 도시재생을 주도할 수 있도록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구도심의 후생시장은 과거 고추전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폐점하고 공실로 남아 있다.

후생시장 재생을 위해 영주시는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치, 지역 대학과 함께 마을 만들기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주민과 상인들도 '후생시장 사랑방'을 만들어 지자체·전문가와 함께 재생계획을 수립 중이다. 외부전문가로 참여하고 있는 조재현 영주소백산예술촌장은 "죽은 시장을 되살리겠다는 주민들의 의지와 열의가 대단해 놀랄 때가 많다"며 "상업기능을 되살리는 동시에 인형극 공연 등 문화·예술 콘텐츠를 접목하는 방안을 주민들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주시의 잘 짜인 민관 협력 거버넌스는 참사랑주민복지센터 운영을 '이웃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사모)'라는 비정부기구(NGO)에 맡기고 있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이종철 이사모 대표는 "주민과 공공 간의 원활한 소통을 돕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저소득층의 경제적 수준 향상도 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 공모사업 지원해 부족한 재원 마련=영주시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최하위권인 18% 수준이다.

그럼에도 연간 50억원 이상을 투입할 정도로 재생사업에 적극적이다. 빠듯한 살림에도 시 재정을 최대한 지원하면서 국토교통부·안전행정부·농림축산식품부 등 중앙부처의 공모사업에 적극 참여해 예산을 따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렵사리 정부 예산을 타내도 도중에 지원이 취소되는 경우가 잦아 궁여지책으로 각 프로젝트를 연계하고 예산을 통합 운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요선재는 안행부의 동네마당 조성사업에 선정돼 사업을 추진했지만 중도에 예산이 끊기면서 중단됐다가 농업기술센터의 음식체험관 사업과 연계시켜 간신히 마무리됐다.

또 요선재 사업 예산부족으로 제외된 마당과 전통담장 등 외부공간 조성사업은 인근 참사랑센터 사업에 포함시켜 완성했다.

조준배 영주시 디자인관리단장은 "지방 중소도시는 규모가 작아서 금방 재생할 것 같지만 예산이 부족해 대도시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며 "5년, 10년 뒤를 내다보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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