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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8일만에 ‘사자’ 나서 지수 안정에 무게 실릴듯
입력2003-04-04 00:00:00
수정
2003.04.04 00:00:00
조영훈 기자
그 동안 뒷짐지고 한 발짝 물러서있던 기관 투자가들이 오랜만에 대규모 매수세를 펼치며 지수를 비교적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프로그램 매매를 제외할 경우 기관의 실질 순매수는 8일만이다. 특히 투신권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 앞으로 지수 안정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4일 종합주가지수는 기관 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매수대열에 가담한 덕분에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일보다 12.77포인트(2.34%) 오른 558.01포인트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투신권의 순매수 전환에 대해
▲이라크전쟁의 조기종전 기대감
▲금융시장 안정대책과 카드사 자구책 마련에 따른 금융시장 안정 가능성
▲주식형 자금 유입에 따른 자금여력 확대
▲부시 전대통령 방한에 따른 북핵 문제 해결 가능성 제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이날 기관투자가의 순매수가 주로 금융주를 중심으로 이뤄져 금융시장 안정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투신권의 이날 순매수는 그동안 유동성위기에 발목이 잡혀있었던 투신권이 환매사태와 카드채 문제가 안정되면서 정상적인 매매로 복귀하려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는 단기적으로 박스권의 상단인 580선을 향해 추가 상승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기업실적 악화가 여전히 장세에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는데다 이라크 발 돌발 악재가 나올 가능성도 여전해 `추세전환`보다는 `지수 안정`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투신권, 금융주 중심으로 대대적 매수가담=이날 기관투자가들은 모두 1,300여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가운데 전체 순매수의 80%가 넘는 1,100여억원 어치를 투신권이 순매수했다. 기관 순매수가 늘어나면서 오후 들어 상승폭이 더욱 커져 종합주가지수는 나흘째 연속 상승하며 560선에 바짝 다가섰다. 560선은 투신권이 매도공세를 벌였던 지난달의 일 평균지수(550선)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날 기관 순매수는 업종별로 종이목재ㆍ전기가스ㆍ건설업종을 제외한 전업종에 걸쳐 골고루 유입됐다. 하지만 순매수가 가장 많은 업종은 금융업종이었다. 기관은 금융업종에서만 모두 6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이에 힘입어 금융업종 지수가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여 은행과 증권업종이 각각 6.60%ㆍ4.95% 상승한 결과 금융업종 평균으로 6.00% 상승,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을 웃돌았다.
◇증시 여건과 기관수급 동시 개선 전망=전문가들은 이날 기관의 순매수 전환이 증시 주변여건과 기관투자가 수급여건 개선이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이라크전쟁이 조기 종전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날 타이완증시가 급등한 것도 투자심리를 호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카드채 부실문제가 해결국면에 진입한 것도 심리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기관이 금융주를 중심으로 매수에 나선 것은 카드채 위기 문제가 수습국면에 들어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북 파병안이 통과되고 이 달 중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기로 결정되면서 북핵문제가 곧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한국 증시만의 `리스크`를 덜어주는 계기로 작용했다.
여기에 기관투자가들의 수급여건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이날 기관투자자들이 매수대열에 가세한 것도 이 같은 변화가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2월말 9조8,170억원에 불과했던 주식형 수익증권 잔액은 지난 2일 10조6,810억원으로 기관이 매도공세를 벌인 1개월여 동안 오히려 8,640억원이 증가했다. 최영권 제일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은 “투신권은 그동안 이라크와 북핵문제로 인해 주식비중을 낮게 가져가는 전략을 취했다”며 “하지만 지난달 중순이후 SK글로벌 파문과 카드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들어와 주식매수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스권 안에서 추가상승 시도할 듯=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가 상승흐름을 좀 더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가 극적으로 상승세로 돌아섬에 따라 지수 5일 이동평균선의 지지력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다만 미ㆍ영 연합군의 바드다드 진입시 대규모 인명 살상과 화학전에 대한 우려감, 테러 발생 등 돌발적인 악재들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상승세로의 전환은 아직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박스권의 상단부인 지난달 24일의 580선을 넘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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