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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 게임의 대가(大家)' 데이브 펠츠(72ㆍ미국)는 하루 레슨으로 3만달러를 번다. 지난해 조사에서 미국 골프 레슨코치 중 레슨비가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펠츠는 그 돈으로 좋은 자동차와 명품 시계를 수집하는 대신 고스란히 '연구비'로 쓴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펠츠의 자택 뒷마당에는 세계 유명 골프장들의 그린과 그린 주변만 그대로 본뜬 연습장들이 들어서 있다. 펠츠에게 구루(guruㆍ도사)라는 명예로운 수식어를 안겨준 꿈의 연구소인 것이다. 펠츠의 연습장을 방문한 미국 골프매거진은 곧 발간될 6월호에서 "뒷문을 열면 골프 괴짜의 이상향이 펼쳐진다. 개울과 벙커도 그대로 옮겨온 오거스타의 12번홀, 소그래스TPC 17번홀, 페블비치의 14번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의 17번홀을 경험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펠츠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연구원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인디애나대 시절 4년간 골프 장학금을 받으며 물리학 학위를 받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지만 첫 직장은 전공을 살리는 쪽을 택했다. 1961년 나사에 입사한 펠츠는 15년간 근무하며 행성의 대기 연구에 몰두했다. 하지만 직책이 높아질수록 자꾸만 필드가 눈에 아른거렸다. 펠츠는 "나는 골프를 사랑한 물리학자가 아니라 물리학을 사랑한 골퍼임을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1976년 나사 퇴사 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진출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든 펠츠는 방향을 바꿔 물리학적으로 골프에 접근했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약점이기도 한 쇼트 게임을 파고들었다. 3년간 대회란 대회는 아마추어와 프로 가릴 것 없이 모조리 쫓아다닌 그는 눈으로 본 모든 샷의 궤적을 메모지에 그려 넣고 반복 분석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결론은 100야드 이하의 쇼트 게임이 골프의 60~65%를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는 것과 어프로치샷은 방향보다 거리 조절이 관건이라는 것. 지금이야 당연한 얘기로 들리지만 당시 대부분의 골퍼들은 어프로치샷을 그저 퍼트의 전 단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펠츠의 발견이 알려지기 전 사람들은 어프로치샷을 할 경우 어떤 상황에서든 단 1개의 클럽으로 해결했다.
그의 조언에 따라 60도 웨지를 처음 사용한 톰 카이트가 1981년 최저타수상을 받으면서 펠츠는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듬해 쇼트 게임 스쿨을 열었다. 한편으로는 투볼 퍼터와 64도 웨지를 개발하는 등 골프용품의 기술 진화에도 공을 세웠다. 캘러웨이골프의 투볼 퍼터는 지금까지 500만개 이상 팔려나갔다.
콜린 몽고메리, 비제이 싱, 미셸 위, 그리고 전 미(美) 대통령 빌 클린턴에게 레슨을 전수해온 펠츠는 최근 '수제자' 필 미컬슨의 명예의 전당 입회라는 반가운 소식도 접했다. 2003년 펠츠를 만난 이후 마스터스를 세 차례나 제패한 미컬슨은 "펠츠에게 배우기 전 나는 메이저 대회 전적 43전 무승이었다. 하지만 2003년 이후 메이저 4승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1승을 챙겼다"고 말했다.
쇼트 게임 관련 책을 6권 저술하고 17개의 골프 관련 특허를 갖고 있는 펠츠는 아직도 골프를 공부한다. 책상과 뒷마당 연습장에서 이뤄지는 연구는 오전4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게 진정한 목적은 아니에요. 도움을 주면서 나 스스로 골프를 더 배워나가는 게 행복할 따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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