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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율의 피팅 이야기] ⑤ 스파인

현대 제조공정 상 스파인 개념 약화…방향 쏠림 땐 스펙부터 점검해봐야

피팅을 해서 사용하는 골퍼들의 클럽을 보다 보면 간혹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샤프트 로고가 옆으로 돌아가 있는 것이다. 피팅에 무관심한 골퍼들에게는 ‘짝퉁’ 제품이 아닐까 하는 오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왜 돌아가 있는 것일까. 샤프트 스파인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샤프트에도 스파인(spineㆍ척추)이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춰 돌려서 헤드를 조립했다는 것이다. 스파인 이론은 예컨대 공책을 원통형으로 말다 보면 어느 한 곳이 중복되어 가장 두꺼운 부분이 생긴다는 것을 말한다. 샤프트에도 이런 부분이 생기고 이 척추 같은 부분이 방향성 등 클럽의 성능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스파인이 없이 정확하게 말아야 좋은 샤프트라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스파인은 관련 업계에서 민감한 개념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골퍼 입장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다.

샤프트는 수지와 카본을 혼합한 복합소재 원단을 맨드렐이라는 심에 말아감은 뒤 맨드렐을 제거하는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맨드렐은 팁(헤드 쪽 끝)에서 버트(손잡이 끝) 부분으로 가면서 굵어지는 형태다. 중요한 것은 원단을 통으로 둘둘 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벤딩 포인트의 배치 등 원하는 샤프트 성능을 얻기 위해 다양한 모양으로 재단된 원단이 사용되고 지그재그로 말기도 한다. 현대의 공정 상 일정하게 말아서 만드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정한 스파인이 생길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스파인을 검사하는 장비는 샤프트 전체가 아닌 한 부분을 체크한다. 검사하는 부분이 미세하게 어느 한 쪽으로 두껍게 나타나면 전체에 스파인이 있다고 단정을 한다. 이것은 조심스러운 부분이 아닌가 한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스파인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부분이 됐다. 로고가 새겨진 대로 조립된 제품을 사용해도 성능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직접 쳤을 때 볼의 방향이 어느 한쪽으로 계속 쏠린다면 스파인 문제가 아니라 강도 등 스펙이 맞지 않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판단된다.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유명 샤프트 제조 회사들이 스파인을 감안하지 않고 로고를 새겨 판매할 것인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샤프트도 디자인이 중요하다. 보기 좋고 나쁘고도 중요하지만 로고가 돌아가게 조립한 클럽은 어드레스 때 생각의 단순화를 방해한다는 점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 이런 저런 지식에 얽매여 선입견을 가지는 것보다는 직접 사용해본 뒤 평가하는 것이 최적의 샤프트를 만나는 방법일 것이다. 가장 좋은 샤프트 피팅은 제품의 성질과 내 스윙에 맞는 스펙을 고르는 것이지 샤프트의 기능을 변화시키면서 맞추는 게 아니라고 본다. /오토파워ㆍ미라이스포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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