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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성장동력 여성인력 키워라] <3> 대기업 현주소는

여성 관리자 비율 늘었지만… 직무 차별 '유리벽'도 깨야<br>미 500대 기업중 여성CEO 18명·한국 상장사는 1% 그쳐<br>그나마 비서 등 지원업무… 재무 등 핵심직무 기회 보장을

한화그룹 내 임신 중인 직원들이 서울 중구 장교동 사옥에 마련된 여직원 휴게실에서 회사가 제공하는 임신직원 지원용품을 살펴보고 있다. 한화는 그룹 내 여성인력 활용을 위해 이달부터 일과 가정 양립지원제도를 시행하는 등 여성 임직원을 위한 정책강화에 나섰다. /사진제공=한화


# LG는 올 초 단행됐던 정기인사에서 처음으로 그룹 공채 출신 여성인력을 전무이사로 승진 발탁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정애 LG생활건강 생활용품상업부장 전무. 이 전무는 지난 1986년 럭키에 입사해 LG생활건강 퍼스널케어 마케팅부문장 상무, 용품사업부장 상무를 거쳐 입사 27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특히 지원 분야가 아닌 하나의 사업장을 책임지는 요직에 선임되면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 비슷한 시기인 올 1월 삼성전자에서도 눈길을 끄는 인사가 있었다. 연경희 삼성전자 부장이 뉴질랜드지점장으로 선임돼 회사 역사상 최초의 여성 해외지점장이 탄생한 것. 1994년 입사한 연 부장은 2004년에는 동남아 싱가포르로 발령 받으며 여성 1호 주재원으로 근무했다. 연 부장은 이번 발령으로 한 지역의 매출을 책임지는 막중한 역할을 맡게 됐다.

국내 대기업이 그동안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여성인력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기업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동시에 21세기에 맞는 선진 시스템을 정비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대기업에서 여성 최고경영자(CEO)들이 쏟아져나와야 진정한 양성평등 인사 시스템의 길이 열릴 것이라는 게 여성계의 시각이다.

여성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십수년간 여성인력 확대에 맞춰졌던 대기업들의 인사정책 초점이 여성 CEO 탄생이라는 한 단계 진화된 과업으로 모아지고 있다"면서 "삼성과 LGㆍSKㆍ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은 그동안 여성 채용을 늘리고 복지제도를 정비했던 만큼 이제는 여성 CEO를 다수 배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계에서도 여성 CEO 탄생이 기업의 발전에 유익하다는 관점을 갖고 있다. 여성 CEO 배출은 곧 '여성 임직원 롤모델 증가→여성인력 동기 부여→기업 내 친여성정책 효과 제고→여성 CEO 후보 인재 증가'라는 선순환구조를 정착시키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리더 탄생을 위한 방안으로 ▦여성 CEO 후보 인재 풀(pool) 형성 ▦보이지 않은 승진의 벽, 즉 유리천장(glass ceiling) 극복 ▦성별에 따른 직무차별을 뜻하는 유리벽(glass wall) 극복 등을 꼽는다. LG생활건강의 이 전무나 삼성전자의 연 부장 사례처럼 유리천장과 유리벽을 함께 깨야만 의미 있는 여성 CEO 후보군 확대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행히 국내 대기업은 우수한 여성인력들이 CEO 후보군으로 성장하는 초입 단계에 발을 들여놓은 것으로 보인다. 김재원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산업이 그동안 압축성장을 해온 만큼 여성인력 육성 역사 또한 상대적으로 짧지만 과장급 이상의 관리자 여성인력들이 늘고 있는 현상은 고무적"이라며 "더욱이 1990년 전후 공채를 통해 입사한 우수한 여성인력들이 CEO 후보 인재 풀을 형성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유리천장 더디지만 깨지고 있다=현정애 민주당 의원이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임직원 1,000명 이상 민간기업의 여성 고용률은 37.52%, 여성 관리자 비율은 18.32%, 임원 비율은 7.32%를 기록했다. 대기업 내 관리자 10명 중 8명은 여전히 남성인 셈이다. 포춘 500대 기업 분석에서도 여성 관리자 비율이 32.9%로 관리자 10명 중 7명이 여전히 남성으로 나타났다. 여성 관리자 육성이 비단 한국 대기업만의 문제는 아닌 셈이다. 국내 대기업은 오히려 2008년과 비교해 여성 관리자 비율이 4.72%포인트 늘어나는 등 빠른 속도로 개선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CEO급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의 경우 2012년 기준 포춘 500대 기업 가운데 펩시와 제록스ㆍIBM을 비롯한 18개 기업이 여성 CEO다. 특히 이 중 14명이 내부승진을 통해 CEO로 성장했다. 반면 한국은 상장기업 가운데 여성 CEO 비율이 1%에 불과하며 현재 10대 그룹 가운데 오너 일가를 제외한 여성 계열사 CEO는 없다. 김 선임연구원은 "다행인 점은 현재 각 기업들의 여성 관리자 비율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여성들의 인식 역시 과거엔 결혼 후 적정 시기가 되면 퇴사한다는 생각이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여성인력이 늘어나면서 여성 CEO가 대거 배출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유리벽'이 깨져야 여성 CEO 나온다=여성 관리자 및 CEO 인재 풀 형성과 별도로 대기업 여성 관리자들의 직무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벽(glass Wallㆍ유리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유리벽이란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승진한계선을 일컫는 유리천장과 달리 여성들이 비핵심업무만 맡으며 직무상 받는 불이익을 일컫는 용어다. 포춘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주요 기업들의 여성 임원은 사업부장이나 재무ㆍ회계보다는 홍보나 비서 등 지원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의 사정도 비슷하다. 서울경제신문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임원들의 직무를 공개한 주요 기업들 가운데 여성 재무책임자(CFO)를 둔 곳은 GM대우가 유일했다. 외국 계열이 아닌 순수 국내 그룹사 가운데서는 핵심보직을 맡은 여성 임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여명희 LG유플러스 상무가 회계담당으로 일하고 있는 정도다. LG는 전체 15명의 여성 임원 중 사업 분야를 책임지는 사업부장이 3명으로 직무를 공개한 기업 가운데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이 밖에 공개된 여성 임원 보직의 경우 디자인ㆍ온라인ㆍ문화교육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마케팅과 마케팅전략 분야에서 여성 임원들이 활약하고 있는 정도였다.

김 선임연구원은 "CEO가 되기 위해서는 사업부의 리더로서 손익 책임을 지는 다양한 업무 경험이 필요하다"며 "포춘 500대 기업의 CEO는 대부분 사업부장이나 CFOㆍ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여성인력 패러다임, 채용 확대에서 리더 양성으로=삼성그룹의 사원 정기인사 역사에서 2011년은 이례적인 해로 꼽힌다. 당시 그룹 전체에서 80명에 이르는 여성 부장이 한꺼번에 탄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2010년보다 4배 많은 여성 부장 승진자다.

이 같은 부장급 여성인력의 급증은 삼성이 1992년 처음 여성 공채를 실시해 약 20년이 흐른 2011년을 기점으로 이들의 승진이 본격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인력 가운에 여성인력이 이미 37%에 달해 앞으로 여성 관리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외에도 국내 5개 그룹 및 계열사의 여성 고용 및 채용률을 보면 LG는 그룹 전체 신입사원 가운데 여성 채용 비율이 37%에 이른다. 롯데 역시 여성 신입사원 채용 비율이 40%에 달했으며 SK 역시 매년 여성이 30% 이상을 차지한다. 코오롱은 이미 지난해 이수영 코오롱워터앤에너지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으며 그룹 내 첫 여성 CEO가 탄생했으며 대표적인 남초 업종기업인 포스코에도 공채 1기 여성 직원이 임원승진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선두 대기업의 여성정책이 채용 확대, 모성보호 단계를 너머 여성 리더십 육성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실제 여성 리더십 정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삼성은 2011년에 오는 2020년까지 여성 임원의 비율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내부목표를 세웠으며 SK는 여성 팀장 후보군 40명을 대상으로 현 임원들이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 과장 이상 관리자급 인력들도 별도의 교육을 받는다. 롯데도 지난해 처음으로 와우(WOWㆍWay Of Women) 포럼을 열고 여성 리더 육성에 나섰다.

물론 아직 여성 채용을 늘리는 것이 현안인 대기업도 여전히 존재한다. 기계ㆍ조선ㆍ철강ㆍ자동차 등 중공업 계열의 경우 1,000명 이상 민간기업 가운데 여성 관리자 비율이 1.26%로 전체(18.75%)에 크게 못 미쳤다. 일부 기업은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곳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는 업종별 특성에 따른 구조적 원인이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중공업체 관계자는 "사업 성격상 엔지니어링 인력이 전체 인력의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공대 출신 여성의 비율 자체가 낮다"며 "최근 공대 내 여학생 비중도 늘어나는 만큼 여성인력 채용 비중도 점차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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