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속철도(KTX)가 오는 4월1일로 개통 10년을 맞지만 여객 수요는 당초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과 부산·광명 등 역세권 개발사업도 지지부진해 대안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한국철도공사와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개통 이후 10년 동안 KTX 이용객은 당초 예상치의 5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개통 첫 해인 2004년에는 당초 하루 14만8,742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수요는 4만8,109명으로 이용률이 33.4%에 그쳤다. 이후 이용률이 조금씩 오르고는 있지만 여전히 예상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2007년에는 18만3,120명이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제 수요는 9만737만명로 49.5%에 불과했고 2010년에도 예측수요 22만6,155명의 45.3%인 10만2,498명만이 KTX를 이용했다. 2012년과 2013년에도 KTX 하루 이용객이 각각 11만538명, 14만9,984명에 그치면서 이용객 증가세가 더딘 모습이다.
이처럼 KTX 수요가 부진한 가장 큰 요인으로는 연계 교통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점이 지적되고 있다. 허재완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예측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지만 교통수단으로서의 KTX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도 한 원인"이라며 "주변 교통망 부족으로 KTX역에 접근하기가 어려운데다 정치적인 요소로 이 역 저 역을 거쳐가다 보니 고속철도라는 본래의 이름에 걸맞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속도에 비해 요금이 지나치게 높은 점도 KTX 수요를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허 교수는 "수요를 늘리려면 주변 지역에서 KTX역으로 가는 교통망을 확충하고 요금을 내려 KTX를 타는 매력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KTX역만 유치하면 주변 지역이 개발되고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교통연구원에 따르면 KTX와 함께 시작된 역세권 개발계획은 용산과 대전·동대구·오송·신경주·부산 등 총 10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실제로 투자가 이뤄져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동대구역과 천안·아산역, 김천ㆍ구미역 등 세 군데뿐이다. 신경주역과 울산역·광명역은 사업이 시작됐지만 진행되지 않고 있고 단군 이래 최대 개발계획이라 불렸던 용산역세권 개발과 부산역·오송역 개발은 사업이 좌초되거나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허 교수는 "부동산 경기가 워낙 안 좋은데다 역세권 개발을 정치적 공약사업으로 발표하면서 토지 가격까지 올라 민간 업체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역세권 개발을 위해서는 교통망이나 인구 등 주변 여건이 성숙해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갖춰지려면 앞으로 적어도 10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개발과 교수는 "도심에 위치한 역은 주변 토지 소유권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개발이 어렵다"며 "이제는 천편일률적인 개발보다는 해당 지역에 특화된 개발 청사진을 제시해 토지 소유자를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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