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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 이용한 기업 형사처벌 논란

檢 "적극적 은닉행위로 봐야"… 역외탈세 간주 잇단 제재 속

"조세회피·과세 어렵다고 모두 범죄자 취급은 무리"

법조계 우려 목소리 높아

검찰은 지난해 7월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해 "재벌총수가 해외 조세피난처를 활용해 거액의 '역외탈세' 범죄를 저지른 것을 최초로 규명했다"며 기소했다. 그리고 지난 14일 "납세의무는 대한민국 유지를 위해 모든 국민이 지켜야 하는 당연한 의무인데 피고인은 국가의 조세권을 무력화했다"고 지적하며 이 회장에 징역 6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이 조세피난처 이용 자체를 역외탈세 범죄로 간주해 사법 제재를 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이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이 역외탈세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역외탈세와 관련해 국세청과의 공조 수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징벌적 과세를 한다거나 도덕적 비난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은 재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세피난처 이용 행위 자체가 '적극적 은닉 행위'에 해당하므로 탈법 행위로 볼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친다. 우리나라와 조세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에 법인을 세울 경우 국내 과세관청이 조세를 부과하고 징수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적극적 은닉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검찰의 주장에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하는 행위는 합법이기 때문이다.

이상우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조세회피를 방지하는 예방책도 좋지만 과세가 어렵다고 무조건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이런 정보 접근성의 문제는 조세피난처에 법인 설립시 과세당국에 신고를 하게 하는 등의 제도 마련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주장하는 '적극적 은닉행위'에 대한 해석이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안경봉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어디까지가 기업활동이고 무엇이 탈법인지를 가르는 기준이 없기에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납세자 누구라도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처벌을 하려면 기준부터 세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법원 판결도 엇갈린다. BVI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이 법인계좌를 개인계좌처럼 이용해 437억원 상당의 배당·이자소득세를 포탈했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된 '완구왕' 박종완 에드벤트 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지난 2012년 2월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주주가 1인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계좌인출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법인 명의 계좌가 개인의 차명계좌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며 "조세피난처 소재 법인이 설립됐다는 사정만으로 국내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반면 일명 '선박왕'으로 불리던 권혁 시도상선 회장은 지난해 2월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2,340억원을 선고 받았다.

조세회피 자체를 범죄로 보는 국가가 세계적으로 드물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조세회피 행위를 범죄화하는 경우는 거의 드문 것으로 조사됐다. 조세회피에 대해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미국의 '조세회피처 오용 방지 법안'을 봐도 조세회피 행위에 대한 일반적 처벌 규정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조세회피처와 관련한 행위에 대한 금융기관의 보고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에만 민형사상 제재를 가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박미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조세피난처를 활용한 조세회피 행위가 유해한 것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지만 이것이 형사적인 비난 가능성 수준까지 올라섰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며 "아울러 조세회피처 관련 활동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는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을 부당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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