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34개국 정상급 인사 40여명은 시민들과 함께 파리 중심가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나시옹 광장까지 3㎞ 거리 행진을 벌였다. 행진에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등 유럽 각국 정상뿐 아니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터키 총리 등 이슬람권 정상들도 참가했다. 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한목소리를 내는 이례적인 상황도 연출됐다. 미국에서는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참가했으며 러시아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행진에 참가했다.
프랑스 정부는 테러 발생 후 처음 맞는 일요일인 이날 테러 규탄에 대한 세계적 연대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이날 프랑스 당국은 정상들과 행진 참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파리에만 2,200여명의 경찰을 배치해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이날 파리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관계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 주재로 반(反)테러 국제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앞서 10일에도 툴루즈·낭트·니스 등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총 7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침묵 행진을 벌이며 테러를 규탄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이날 연설을 통해 이슬람 극단주의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테러리즘과 이슬람 성전운동, 이슬람 극단주의 등 형제애와 자유·연대를 깨려는 모든 것과의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의 추가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자 프랑스는 물론 미국 등 서방국가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독일 대중지 빌트는 11일 일요판에서 파리 테러는 유럽 주요 도시들에 대한 테러의 신호탄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 지도자들을 도청해 얻은 정보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이탈리아 로마가 테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테러 우려에 서방국들은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 국방부는 파리의 병력을 500명 늘려 총 1,350명의 군인을 테러 예방활동을 벌이는 데 배치했다. 테러정보 분석단체인 시테(SITE)에 따르면 9일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가 유튜브에 공개한 동영상에서 "무슬림에 대한 공격을 멈추면 안전할 수 있지만 이를 거부하고 전쟁을 벌인다면 안보를 누리지 못할 것"이라며 추가 테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샤를리 에브도 테러의 용의자 셰리프 쿠아치가 9일 인질극 도중 현지 BFM 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AQAP에서 임무를 받았다"고 밝히는 등 AQAP는 이번 연쇄 인질극의 배후임이 확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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