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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고졸자 취업후 재교육 시스템 만들자


고졸자 채용 열풍이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해 7월 "공직사회와 공기업에서도 고졸자 취업이 확대됐으면 좋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시작으로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대기업ㆍ금융권 등에서 고졸 채용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고졸자 채용을 위한 산학협력을 강화했고 18개 시중은행은 오는 2013년까지 전체 채용인원의 약 12%를 고졸자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전력ㆍ산업은행 등 30개 주요 공공기관도 고졸 출신 채용을 20%까지 늘릴 방침이다.

재직자 특별전형 대학 15곳 불과

이처럼 고졸 취업 확대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고졸 채용이 증가되는 추세에 따라 마이스터고ㆍ특성화고 등 전문계 고교 졸업자 중 취업을 통해 사회로 진출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취업 후 실무를 배우며 경험을 쌓아가다 더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분야가 생기면 직업능력과 자기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해 대학 진학을 원하게 되는데 이러한 '선취업 후진학'자들을 위한 재직자 친화형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히 요구된다.

영국ㆍ미국ㆍ호주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는 대학 교육의 수월성을 제고하고 재직자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교육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 주로 풀타임 근로자들이 재학하며 선취업 후진학의 취지를 실현하고 있는 영국 개방대학의 경우 18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 현재 영국 국민의 10분의1이 재학 중이거나 졸업하는 '국민대학'으로 성장했다. 학생들은 대부분 현 직업에 대한 깊이 있는 학문체계를 갖추기 위해 입학한다.

이러한 사회적 추세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선취업 후진학자들을 위한 재직자 친화형 교육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방송통신대도 교육과학기술부와 공동으로 선취업 후진학자를 위한 재직자 친화형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마이스터고ㆍ특성화고 등 중등 직업교육 선진화 정책과 연계해 기존에 축적된 원격고등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전문계 고졸 인력을 교육대상으로 한 특화된 교육체계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방송대의 경우 재학생 중 70% 이상이 직장인으로 이미 재직자 중심의 교육체제를 구축ㆍ운영하고 있지만 산업체 관련 직업교육 제공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재직자 친화형 프로그램은 채용 문화와 사회 인식을 개선하는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대학에 억지로 다니거나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지 못해 취업 재수를 하는 대졸자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괜찮은 직장을 다니며 대학을 마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직장을 다니며 번 돈으로 등록금을 댈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재교육 투자 기업엔 인센티브를

고졸 출신 채용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고졸자가 취업시장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기는 아직 시기상조인 게 현실이다. 비정규직ㆍ저임금으로 내몰리는 고졸 취업자들의 현실을 외면한 채 취업부터 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정책이 될 수도 있다. 정부와 기업의 고졸 인재 채용 확대 정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현재 국내 4년제 국립대 및 사립대, 전문대학 등 200여개의 대학 가운데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은 15개뿐이다. 학과도 글로벌지식학부ㆍ신산업융합학과 등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고졸자가 취업 후 재교육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 필요에 따라 일과 학습을 병행하며 진학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고 이에 투자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고졸 채용이 '반짝 효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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