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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000억원을 투입해 동반성장과 개방형 기술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두 토끼 잡기에 나선다. 기존 협력사 중심의 기술협력에서 벗어나 국내 모든 중소ㆍ중견ㆍ벤처 기업으로 기술개발 문호를 열었다. 지식경제부는 25일 서울 팔래스호텔에서 삼성전자, 대ㆍ중소기업협력재단, 삼성전자 혁신기술협의회 등과 '연구개발(R&D) 성과공유 투자' 협약식을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동반성장과 중소기업의 기술력 제고를 위해 오는 8월 초 1,000억원을 대ㆍ중기협력재단에 출연하고 향후 협력사뿐 아니라 국내 모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개발 공모를 진행한다. 기술개발 완료시에는 성과를 중소기업과 삼성전자가 공유한다. 물고기보다 물고기를 잡는 그물을 지원해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동안 국내 대ㆍ중기 동반성장 사업에서 현물이나 융자 형태의 지원은 다양하게 진행돼 왔으나 직접 현금을 출연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번 삼성전자의 출연은 지난해 12월 마련된 조세특례제한법상의 '동반성장 투자재원 출연 세액공제 제도'의 첫 번째 사례로 꼽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올해 출연금의 7%인 70억원을 법인세에서 공제 받게 된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삼성전자의 R&D 성과 공유와 같은 제도가 대기업의 동반성장 문화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차세대 통신, 클라우드 컴퓨팅, 헬스케어, 신소재, 스마트그리드 기술 등에 대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개발 공모를 진행한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자사와 거래한 중기 이외에도 모든 중기와 기술교류를 위한 물꼬를 틈으로써 동반성장뿐 아니라 개방형 기술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일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기술력이 뛰어난 중소기업 역시 앞으로 삼성전자의 신사업이나 신제품 개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이전보다 한층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면 신기술 개발비의 70% 이내에서 최대 10억원까지 지원 받을 수 있지만 전략상 필요한 경우 한도는 탄력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공모에 선정된 중기에 대해서는 자금뿐만 아니라 인력과 기술 지원을 통해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특허 등을 취득하면 공동 보유할 예정"이라며 "상품화로 이어질 때에는 거래협력사로도 선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대기업이 내놓은 각종 동반성장 지원책과 달리 이번 기술개발 성과 공유는 첫 번째 '현금 출연'이라는 부분에서 눈에 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동반성장 정책을 발표한 후 많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지원책을 내놓았다. 실제로 30대 그룹이 동반성장을 위해 중소협력사에 1조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한 계획 역시 주로 융자가 중심이었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해 1조원대의 상생펀드 출범을 밝혔지만 이 역시 대출 개념이 강하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주도의 대기업 공정거래 협약에서도 대기업이 매출액의 0.6%를 동반성장 지원에 쓰겠다고 하지만 이 또한 낮은 금리의 융자 형식이다. 따라서 국내 산업계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가 이날 직접 현금지원을 통한 중소기업과의 기술네트워크 확대를 선언한 만큼 앞으로 현대차나 포스코ㆍLG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에도 상당한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영태 대ㆍ중소기업협력재단 사무총장은 "현재 몇몇 대기업과 R&D 성과 공유를 위한 자금을 출자하고자 접촉하고 있다"며 "이번 삼성전자의 현금 출자를 계기로 여러 대기업이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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