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자책 시장을 설명할 때 아마존을 빼놓고는 얘기가 안 된다. 말 그대로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이 유통 강자가 현재의 전자책 시장을 다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유통 비즈니스 기반과 온라인 판매 플랫폼에, 수백만종의 영화·음악·(종이)책 등 이미 자리 잡은 콘텐츠와 함께 전자책을 서비스해 소비자를 끌어들였다. 사실상 세계 출판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출판그룹을 끌어들이고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 시장을 조성했다. 또 파격적인 가격으로 전자책 전용단말기 '킨들'을 보급하고 다량의 무료 전자책을 제공했다.
특히 100만여종의 전자책 콘텐츠가 최대 무기다. 국내의 경우 가장 많은 전자책을 보유하고 있다는 교보문고가 30만여종이고 예스24가 15만여종, 인터파크가 14만여종 정도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런 막강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아마존은 진출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터넷서점·전자책 플랫폼으로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당장 전 세계 전자책 시장의 65%를 장악하고 있다. 영미권을 제외하고 시장이 가장 큰 독일에서는 시장점유율이 43%에 이르고 일본에서도 지난 2012년 처음 진입해 2년 만에 점유율 38%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초기에 현지 언어 콘텐츠를 대거 확보하고 기존 영어 콘텐츠와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물론 4,000개가 넘는 출판사, 그중 80% 이상이 영세한 규모인 국내 출판업계에서 이 같은 모델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출판사를 개별 접촉하기도, 전자책 출판에 부정적인 기존 작가들을 일일이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다.
과거 전자책 업체인 국내 북토피아나 현재 한국출판콘텐츠(KPC)가 난항을 겪은 것도 같은 이유다. 1999년 120여개 출판사가 자본금을 모아 의욕적으로 추진됐던 북토피아는 업계에 큰 피해를 남기고 사명이 바뀌었다. 10여년 후인 2010년에 한국출판인회의가 60여개 출판사를 주축으로 180여곳이 참여한 한국출판콘텐츠(KPC)를 다시 출범시켰지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연구원은 "영미권에서는 메이저 출판사 몇 곳만 잡으면 되지만 국내에는 수천 곳의 출판사를 접촉해 설득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국내 출판사나 작가들이 콘텐츠 공급을 주저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전자책 시장 활성화에 대한 확신이 없고 과거 북토피아 사태를 떠올리며 불안해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년께 국내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마존이 강력한 영어 콘텐츠에다 한국어 콘텐츠까지 확보해 서비스에 나선다면 어떨까. 많은 출판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자책시장에 반신반의하는 출판사나 작가들도 대거 콘텐츠를 제공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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