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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올해의 화두는 '클린뱅크'

물론 금융전문가들은 2000년 은행산업에 대해 막연한 낙관을 배제하고 있다. 은행의 진정한 회생이 국가 경제의 회복속도와 연관돼 있다고 볼 때 아직도 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완전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 무엇보다 환란 후 국가적 과제였던 기업구조조정의 지난한 작업이 최소 올 1년간은 계속선상으로 이어질 게 틀림없다는 점에서 은행의 클린화를 기대한다는 게 성급할 수도 있다.그러나 은행권이 지난 한세기를 접으면서 기업부실의 무거운 짐을 덜기 위해 보여준 행적을 되돌아보면 2000년 벽두 은행의 클린화가 실현 불가능한 과제만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은행권은 지난해 결산과정에서 은행사 100년 동안 유례가 없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한빛은행이 3조5,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충당금을 설정한 것을 비롯, 대형 시중은행은 한결같이 1조원 이상의 적립액을 기록했다. 절대적 수치뿐 아니다. 한해 동안 은행을 옥죄게 만들었던 대우부실을 털기 위해 주택은행이 ㈜대우에 대해 99%를, 나머지 은행들도 최소한 50% 이상을 쌓았다. 기업의 회생여부에 관계없이 정부당국의 「지도」없이 은행 스스로 깨끗한 새 천년을 맞이하기 위해 과거의 멍든 짐을 털어내기 위한 작업을 벌였던 것이다. 이는 엄청난 국민세금 투입에도 불구, 7조원 가까운 적자를 낸 은행들에 국민들이 아직까지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임에 틀림없다. 물론 이처럼 은행들이 부실털기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고 해서 곧바로 클린뱅크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지난 한세기 은행의 건전성 잣대가 외생변수에 의해 좌우됐다면 2000년 은행의 클린뱅크 실현은 스스로의 「내부정화(淨化)」 과정에 의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내부정화란 한마디로 「소프트웨어 개혁과 자본확충」으로 집약된다.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산업은 합병과 퇴출 등 하드웨어 부분의 개혁과 지배구조개편·리스크관리확충 등 소프트웨어 부분의 변화를 동시에 추진해왔다. 하드웨어가 정부의 인위적 「압력」을 통해 변화했다면 소프트웨어는 불행히도 은행원 스스로의 의식개혁 부족과 은행을 보는 국민의 후진적 접근태도로 변화하지 못했다. 「의식」이 추상적 차원이라면 자본확충은 「은행다운 은행」을 위한 기본토대라 할 수 있다. 클린뱅크란 은행이 기본양식(자본)을 튼실하게 갖출 때 가능해지는 것이다. 체이스맨해튼이나 씨티뱅크 등 선진 금융기관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15%를 웃돈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아직도 한자릿수에서 맴돌고 있다. 자본에 걸맞는 이익, 이익에 어울리는 자본의 튼실화가 조화를 이룰 때 은행의 선진화된 모습이 비로소 실현되는 셈이다. 이는 2000년 금융산업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2차 구조조정」을 통해 극대화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척도이기도 하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한 시중은행장은 『클린뱅크 실현은 정부가 은행을 「구조조정의 볼모」에서 해방시켜줄 때 가능해진다』고 입버릇처럼 되뇐다. 정치·관치 논리를 배제한 순수한 은행의 자율적 잣대에 의한 시장원리가 작동될때 수십년간 갈구해왔던 클린뱅크의 원형은 빛을 발할 것이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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