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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흡수통일, 재앙이 아니다


북한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 관련뉴스가 넘쳐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급작스런 붕괴위험과 이에 따른 통일비용, 한국의 준비 등에 대한 추측과 의견도 여러 차례 접할 수 있었다.

남한 국내총생산(GDP)의 5%에도 못 미치는 북한 경제를 감안할 때 독일식 흡수 통일이 실현될 경우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통일이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재앙을 피하려면 김정은 체제가 안정을 찾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아야 하고 개혁과 개방을 유도해 점진적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필자에게는 이러한 주장들이 표면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실제 전개과정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은 가정하에서 나온 것으로 비쳐진다.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나 애널리스트들이 실제 주식시장에서 성공한 경우가 드문 것과 같은 이치다. 갑작스런 북한 붕괴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이나 시장의 두려움을 줄이려면 무엇보다 우리가 가능한 통일의 형태, 위험요소, 비용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 경제나 사회가 남한 수준에 어느 정도 도달한 후 통일이 이뤄지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하기 힘들다. 그러나 과거 10여년을 되돌아보면 북한경제를 살리려고 한 지원이 핵무기 개발이나 한국을 위협하는 군사적 비용으로 전용됐고 결과적으로 남한과 북한 경제의 차이는 오히려 더 늘어났다.

남북통일의 방정식은 북한 내부사정, 미국, 그리고 중국의 전략적 이익의 함수관계다. 통일의 시기와 방법이 이 세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고 한 번 과정이 시작되면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세 가지 요소 중 가장 영향력이 컸던 북한 내부 문제는 김정일 사망으로 일단 종결됐다. 이제 미국, 중국의 전략적 이익이라는 변수만 풀면 답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겉으로는 대화 자세를 보이지만 핵 확산방지 및 제거라는 목표를 이룰 절호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북한에 유일하게 직접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이 그동안 북한에 압박을 하지 않은 이유는 조그만 압박을 가해도 붕괴할 위험이 있어서이다. 하지만 상황변화에 따라 중국도 전략적 이익에 의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높다. 군사적으로 북한 지역에 완충이 보장되고 티베트 등 중국 체제유지에 더 중요한 문제에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 전제되는 경우다.



통일 비용 문제도 추정기관에 따라 수백조원에서 수천조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그동안 한국이 북한 붕괴로 인해 막대한 통일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 한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져 원화가치는 폭락하고 해외투자자금은 빠져나가는 반면 해외 자금조달은 막혀 제2의 외환위기도 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제기돼 왔다. 이 역시 얼핏 그럴듯해 보여도 비전문적인 추산에 근거한 통일비용 이론에 바탕을 둔 지나친 우려라 생각한다.

우선 통일 비용에 소모성 비용과 투자 자산이 혼합돼 있고 북한 리스크라는 불확실성 제거 등으로 생기는 한국의 가치 상승, 북한인프라개발ㆍ도시개발ㆍ산업단지개발로 생기는 산업효과, 저임금의 고기능 인력 활용으로 생기는 남한 기업들의 이익 등 통일에 따른 많은 무형의 이익과 자산들이 비용 산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모든 것들을 합치면 통일은 비용이 아니라 이익이고 재앙이 아니라 선진강국으로 갈 수 있는 큰 기회이다.

통일 과정에서 혼란과 소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북한의 부흥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철저히 준비하면 인프라 구축, 도시 개발, 산업단지 건설 등을 동시 다발적으로 빨리 진행할 수 있다. 또 한국이 확고한 신념과 선제적인 대비 계획을 가지고 주도하면 외국투자자의 불안감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북한 부흥 과정에서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다.

지난해 이맘때 필자는 송현칼럼에서 2012년에라도 급진전될 수 있다는 긴박한 심정으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총체적이면서 완전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만약 2012년 대선 전에 급변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 경제적 사안 이외에도 토지ㆍ복지ㆍ교육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에 대해 현 정치권이 거국적인 자세로 심도 있게 최적의 솔루션을 찾을 때다. 한국을 몇 백년 부흥의 반석 위에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다가오는데 한국의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방안에서 밥그릇싸움만 하고 있어 너무나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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