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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잇따라 만나며 국민대통합 행보를 이어갔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모두 민주화의 상징으로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선 바가 있어 아버지 시대의 앙금을 털어버리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
박 후보는 22일 오전 김 전 대통령의 서울 동작구 상도동 자택을 방문한 데 이어 오후에는 마포구 동교동의 이 여사 자택을 찾았다. 상도동과 동교동은 한국 정치를 구성하는 두 축으로 꼽힌다.
이날 김영삼 전 대통령은 박 후보에게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을 축하한다"며 "많은 산을 넘어 잘하기를 바란다"고 격려의 말을 건넸다. 박 후보는 "우리 사회가 갈등이 많아 나라가 한 번 더 발전ㆍ도약하고 국민들이 행복해지려면 대통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노력을 많이 기울여나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문수 경기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박 후보에 대해 "박근혜는 아무것도 아니다. 사자가 아니다. 그건 아주 칠푼이야"라며 혹평한 바 있다. 두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총선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관계가 더욱 악화됐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탄압을 받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을 만나는 것도 파격 행보다.
박 후보는 이 여사를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님을 뵙던 생각이 많이 났다"며 "그때 제가 아버지 시절에 많이 피해보시고 또 고생하신 거에 대해 딸로서 사과드린다는 말씀을 드렸고 대통령께서 화답해주셨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과거 고 육영수 여사를 만났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청와대에서 정말 친절하고 그렇게 해주셔서 얼마나 고맙게 생각했나 모른다"고 화답했다.
박 후보는 이 여사가 여성의 지위향상과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조언하자 "꼭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박 후보가 과거 '앙금 털기'에 나선 데는 5∙16 역사관 발언 등 과거 논쟁이 지속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박 후보는 지난 20일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과거로 자꾸 가려고 하게 되면 한이 없다"면서 "우리 정치권이 미래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후보는 대선 후보로 확정된 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양자대결에서 앞섰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20~21일 1,500명을 대상으로 자동응답 전화조사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는 48.4%의 지지율로 45.8%를 기록한 안 원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제쳤다. 이번 여론조사는 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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