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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칼럼] 가족의 힘

조 엘린저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


출근·등교 전 따뜻한 음식과 함께하는 느긋한 아침. 가족 모두가 둘러앉아 두런두런 하루 일과를 나누며 함께 먹는 저녁. 예전만큼 많이 찾아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직장에 출근하는 아빠는 아빠대로,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모두 각자의 생활에 바쁘다. 가족은 예전만큼 가깝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에 '가족의 가치' '가족의 사랑'을 되찾고자 하는 움직임이 부쩍 늘어 눈길을 끈다. 주말 인기 예능 프로그램만 보더라도 진솔한 가족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들이 높은 인기를 얻고 유통업계에서는 자신을 위한 소비가 주는 대신 학용품·완구 등 자녀와 가족을 위한 소비는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또한 외식 문화에도 변화를 가져와 과도한 음주나 직장 회식은 자제하고 가족 단위로 외식에 나서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작은 실천으로 가족 사랑을 독려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몇몇 기업들과 함께 매주 수요일을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해 '가족사랑의 날' 캠페인을 실시하며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가족친화적 문화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들도 가족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직원 행복도 기업경쟁력과 직결



'싱글족'을 겨냥한 제품으로 유명한 글로벌 가구 업체는 한국 진출 전략의 초점을 어린이와 가족에 맞추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또 한 통신사에서는 가족결합형 서비스를 통해 모든 가족 구성원이 한 통신사에 가입하면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광고업계에서도 가족 사랑이라는 테마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이야기들에 감성적인 메시지를 담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한 자동차 브랜드는 최근 눈길을 끄는 이색 캠페인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어느 날 평범한 아빠들이 승진 대상이라는 문자를 받으며 생겨나는 에피소드를 몰래 카메라 형식으로 담았다. 광고 속 아빠들은 회사 업무와 관련된 승진 시험을 치르다가 갑자기 자녀와 관련된 문제, 가령 자녀의 친구 이름 또는 좋아하는 음식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답하지 못하고 당황하며 시험을 마치게 된다. 종료 후 아이들의 영상편지가 전달되며 아빠들은 그동안 가족에 소홀했던 자신들의 일상을 살펴보는 계기를 갖게 됐으며 광고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는 메시지로 끝을 맺는다. 이 영상은 유튜브 영상 공개 한 달 만에 약 52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큰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직원들의 행복 수준은 기업경쟁력과 직결된다. 기업 구성원들의 만족이 상당 부분 기업 내부에서 비롯될 수 있으나 그 근본은 역시 가족이다. 그래서 직원과 그 가족의 행복도를 높이기 위한 가족친화 경영을 펼치는 기업들도 크게 늘고 있다.

맥도날드 또한 오랜 세월 동안 모든 연령대를 포함한 온 가족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온 기업이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Family Time)'을 강조한 아침 메뉴 광고에서 아침 준비하느라 바쁜 엄마 대신 맥도날드 아침 메뉴를 즐기며 여유로운 아침을 함께하는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새롭게 소개했다.

시대가 변하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더욱 중시하는 트렌드가 가속화되면서 가족의 가치가 퇴색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오히려 세상이 복잡하고 바빠질수록 가족의 중요성과 가치는 더욱 높아지지 않나 싶다.

일·가정 양립할 수 있는 문화 확산을

물론 가족이 소통하고 함께 식사하는 방식은 많이 달라졌다. 이제 더 이상 편지를 쓰지 않고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로 아이들과 대화를 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밥을 짓는 엄마보다는 아빠와 같이 출근을 하는 엄마들이 많아졌고 가족이 외식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서 조건 없이 나를 지켜주고 사랑해주는 사람, 언제 어디서나 내가 필요로 할 때 어깨를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의 소중함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다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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