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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시진핑의 권력게임


중국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중국은 여전히 3중전회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잔치가 끝난 뒤 설거지를 하듯 후속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3중전회의 결과가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처럼 전면적 심화개혁인지 아니면 외부 평가처럼 실망스러운 결과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권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마오쩌뚱과 덩샤오핑에 버금가는 권력을 확보했다며 시진핑을 미화하기도 한다.

여전히 장막 속에 가려진 중국 최고 지도부의 내부 사정을 일일이 알 수는 없지만 일단 겉으로 볼 때 권력의 무게중심은 시진핑으로 기운 듯하다. 시리체제로 불리며 부상했던 리커창 총리도 시진핑 권력의 그림자에 가려질 정도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시진핑의 권력강화는 곳곳에서 틈이 보인다. 권력의 절대반지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반지를 아직 손가락에 끼지는 못한 셈이다.

3중전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국가안전위원회를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과연 이것이 시진핑 권력강화의 결과물인지 의문을 나타낸다. 중화권 매체들은 안보ㆍ외교에서 경제까지 총괄한다는 국가안전위원회가 중국 정부 내 작은 내각의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게 보면 시진핑의 측근들로 채워질 조직은 분명 권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국가안전위원회는 시진핑 권력의 가장 약한 고리이기도 하다. 정부와 당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채 권력을 자신의 새장(제도) 안에 가둬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권력기반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국가안전위원회가 외치보다는 내치의 목적이 크다는 전망도 시진핑의 권력이 아직은 불안정하다는 해석을 낳는다. 톈안먼 차량폭발사건 등 중국 내 소수민족의 분리독립운동은 시진핑 체제를 뿌리까지 흔들 주요 변수 중 하나다. 국가안전위원회는 어쩌면 권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시진핑의 카드다.

시진핑의 권력게임의 구조는 35년 전 덩샤오핑의 개혁에 반대했던 노동운동가 출신 천윈 전 부주석을 떠올리게 한다. 천윈은 덩샤오핑의 개혁ㆍ개방에 맞선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주장한 보수파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덩샤오핑의 화두였던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에 맞서 새(경제)는 새장(사회주의 계획)에 가둬야 한다는 새장경제론을 주장했다. 천윈은 새를 손에 쥐면 죽고 풀어주면 날아간다며 당시 선전ㆍ주하이 등의 개방구를 극렬하게 반대했다.



천윈이 경제를 새장에 가둬야 한다고 주장했다면 시진핑은 권력을 새장에 가뒀다. 이는 중국이 역으로 중국 정치의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개혁개방을 통해 10%가 넘는 높은 경제성장률로 중국 지도부가 급진적 개혁파와 보수파를 모두 다독거렸다면 7%대로 떨어진 경제성장률로는 두 세력 모두의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경제개혁만으로는 소득분배ㆍ사회모순 등 중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시진핑의 판단은 중앙집권 강화라는 권력게임을 선택하고 보수파와 개혁세력의 타협점을 찾게 만들었다. 개혁의 칼을 벼렸던 국유기업 등에는 보수파의 공유제와 개혁세력의 소유제의 어정쩡한 타협점인 혼합소유제라는 개념도 타협의 산물이다.

시진핑의 권력게임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권력게임의 방향에 따라 최대 시장인 중국의 경제구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을 위해 승부수를 던진 권력게임에서 시진핑이 완전히 승리를 한다면 개혁개방의 시간표는 훨씬 앞당겨지고 주저하고 있는 각종 사회개혁안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시진핑이 권력게임에서 조금이라도 물러서거나 추가로 타협점을 찾는다면 시진핑의 개혁개방 2.0은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다.

동북아 지역구도도 시진핑의 권력게임의 결과에 따라 변화가 예상된다. 주변국들과의 관계에서 운명공동체란 말을 강조하는 시진핑은 확고해진 권력을 기반으로 미국과 동등한 지위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을 사이에 두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중국에 의해 자칫 또 다른 선택을 요구 받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지 말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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