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서 갑작스레 산짐승을 만나면 덜컥 겁이 나지만 우연히 만나는 산나물은 반가움을 안겨준다. 산기슭으로 들어서면 수리취와 도라지가 먼저 나와 반기고, 중턱으로 올라가면 고사리와 참취가 마중을 나온다. 이어 신선한 향을 흩뿌리는 더덕과 곰취가 산길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농민신문사 기자인 저자는 20년간 전국의 선도 농업인과 농업 연구소 등을 취재하는 동시에 우리의 산과 들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과 들나물을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책에는 50여가지의 산나물을 찾아 10년간 전국을 누빈 저자의 살아있는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비슷한 산나물 들나물을 한눈에 구별하는 방법이 눈길을 끈다. 곤달비와 곰취는 맛과 향이 비슷해 언뜻 봐서 구분하기 어렵다. 하지만 잎줄기가 고구마 줄기처럼 둥근 것은 곤달비이고, 각이 지고 홈이 난 것은 곰취라며 저자는 쉽게 구별하는 요령을 알려준다.
또한 지방마다 다르게 부르는 다양한 나물 이름과 오래 전부터 전국 지역에서 전해 내려오는 요리법도 수록했다. 이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얼과 문화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산나물 들나물의 가치도 새롭게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산나물과 들나물이 재배 농민에게는 희망이 되고 있다. 오가피는 한때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소득이 높았지만 가공ㆍ판매자간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진 탓에 생산농가가 하루아침에 판로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오가피 나뭇가지를 잘라 약재로 팔던 것을 봄에 새순을 따서 판매하며 소득을 올리는 농가를 통해 산나물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저자는 또 산나물과 들나물의 주요 영양소는 건강식을 개발하려는 요리 연구가들이 활용할 만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텃밭에 산나물 들나물을 길러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며 "베테랑 농가에게는 품질 향상 및 마케팅 강화에 요리 연구가에게는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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