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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 경영을 다시본다] <1> 돌아온 창업자 가문

"장기 전략 설정·책임경영 절실"… 도요타·포드등 속속 복귀<br>"강력한 리더십등 장점도 많다" 글로벌기업 오너체제 잇단 전환<br>"지배구조 개선 후퇴 지적 불구 견제장치등 갖추면 활용해 볼만"




'대정봉환(大政奉還)'에 비유할 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6월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도요타 아키오(豊田章男) 사장 취임으로 14년 만에 전문경영인 체제의 막을 내리고 오너 경영으로 복귀한 것을 두고 일본 언론들은 이렇게 표현했다. 대정봉환이란 1867년 에도 막부의 마지막 쇼군이었던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통치권을 천황에게 반환한 사건. 대정봉환을 시작으로 일본은 봉건제도를 끝내고 천황을 중심으로 한 중앙집권적인 근대국가로 발전하게 된다. 도요타자동차의 창업자 가문은 1995년 도요타 다쓰로(豊田達郞) 사장을 끝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그 이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통해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했다. 하지만 금융위기에 따른 회사의 위기는 14년 만에 오너를 다시 경영일선으로 이끌어냈다. 지난 1년여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글로벌 경영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두드러진 변화 중 하나가 '오너의 복귀'다. 도요타뿐 아니라 미국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 등 글로벌 기업들이 하나 둘 오너를 다시 맞아들이고 있다. ◇다시 오너를 찾는 글로벌 기업들=미국의 포드는 2001년 10월 사장 겸 최고경영자로 헨리 포드의 5세인 윌리엄 클레이 포드 주니어를 임명했다. 경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전문경영인 잭 내서 사장의 구원투수도 등장한 것. 1979년 헨리 포드 2세가 사임한 후 22년 만에 오너 일가가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 뒤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GM은 몰락한 반면 포드는 건재했다. 금융위기 한복판에서 오너를 경영인으로 맞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경차 업체인 스즈키의 오너인 스즈키 오사무(鈴木修) 회장도 지난해 말 사장직에 재선임됐다. 이외에 미국ㆍ유럽 등 상당수 글로벌 기업들이 경제난 극복을 위해 오너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위기와 오너 복귀는 사실 이번 금융위기 때만이 아니다. 위기 극복을 위해 오너 체제로 전환한 사례는 미국에서도 화제를 몰고온 바 있다. 델컴퓨터의 창업주인 마이클 델은 200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후 델컴퓨터가 부진을 면치 못하자 2007년 최고경영자(CEO)로 전격 복귀해 회사의 재건을 이끌어냈다. 빌 게이츠와 함께 미국의 컴퓨터 업계의 신화적 존재인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도 1985년 경영 분쟁으로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그는 위기에 빠진 애플사를 구하기 위해 1997년 CEO로 복귀해 탁월한 역량으로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적잖은 공헌을 했다. 이 외에도 독일의 세계적 자동차 업체인 보시, 미국의 곡물 메이저인 카길, 스웨덴의 유명 가구업체 이케아 등도 전통적 가족기업으로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나가고 있는 회사로 꼽힌다. ◇그들은 왜 오너경영을 선택했나=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의 오너 복귀에 대해 "불확실성이 고조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단력"이라며 "특히 롱텀(long term)의 시각에서 회사의 비전을 설계해야 되기 때문에 오너 경영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도요타자동차 등 금융위기 과정에서 오너 체제를 다시 받아들인 기업들을 보면 책임경영에 의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하에서도 기업이 위기를 잘 극복해나갈 수 있다"며 "하지만 위기일수록 책임경영이 필요하고 이를 수행하는 데는 오너가 제격인 것이 현실이다"고 설명했다. AT커니는 최근 이번 금융위기 속에서도 견실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25개 글로벌 챔피언 기업의 특징을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몇 가지로 나눠 분석했는데 그 중 하나가 챔피언 기업 뒤에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승부사(오너)가 있었다는 점이다. AT커니 분석에서 1위를 차지한 닌텐도의 이와타 사토루는 물론 애플(3위)의 스티브 잡스,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스(11위)의 무케시 암바니, 아메리카모빌(18위)의 카를로스 슬림 등이 모두 오너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AT커니는 분석에서 지속적인 성장의 관건은 경영권 승계의 성공 여부에 달려 있지만 오너 리더십을 통해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전략을 바탕으로 한 것이 성공의 원인이라고 고 분석했다. 미국와 영국에서는 전문경영 기업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아시아ㆍ유럽ㆍ중남미 국가들에서는 오너 경영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김호인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전문경영과 오너경영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측면만을 보고 특정 소유구조가 우월하다고 주장하기 어렵다"며 "최근 불황기를 맞아 오너경영의 장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유구조는 정답 없어, 기업이 선택해야=국내에서도 오너경영이 재부상하면서 일부에서는 IMF 이후 정부가 주도했던 기업의 지배구조개선 노력이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의 오너 경영은 여전히 긍정적 인식보다 부정적 인식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문제는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소유구조가 분산돼야 좋은 회사라는 개념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업의 소유 구조는 해당 국가의 경제발전 역사 및 법 제도의 특성과 특정 시점의 경제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며 "국가와 시대를 막론하고 특정 소유구조가 보편적이 원칙으로 간주돼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취약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오너 경영하면 나쁜 기업, 주식이 분산된 기업은 우량 기업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직 건재하다"며 "황제경영을 견제할 방어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돼 있고 이것을 충분히 잘 활용한다면 앞으로는 몰라도 현 시점의 한국 현상에서 오너경영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인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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