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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이 투자한 제주도 대형 개발사업들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발사업이 추진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제주특별자치도가 외국자본을 유치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총 16곳이며 금액으로는 6조2,724억원에 달한다. 이 중 일본(제주그랜드리조트·2,000억원)과 호주(더코브관광호텔·161억원)를 제외한 대부분이 중국 자본에 의한 투자다. 제주도가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주체로 참여하고 있는 개발사업 투자액은 헬스케어타운(녹지그룹)과 차이나비욘드힐(홍유개발) 등 3조4,963억원. 여기에 홍콩·싱가포르의 합작법인 람정제주개발이 진행하는 신화역사공원(2조5,600억원), 동화투자개발과 중국 녹지그룹이 함께 짓는 드림타워(1조553억원)까지 합하면 중국발 투자액은 7조1,116억원까지 늘어난다.
문제는 개발사업 대부분이 중국 부유층을 위한 카지노와 콘도 개발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일대에 조성 중인 신화역사공원(398만6,000㎡)의 경우 테마파크와 호텔 등으로 사업승인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대형 카지노를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제주시 노형동 인근에 터파기 공사를 진행한 드림타워(56층·2만3,300㎡) 역시 카지노를 운영할 계획이다. 콘도의 경우 모든 개발 프로젝트에서 제1순위로 추진되고 있다.
제주도 내에서는 카지노사업이 제주도의 미래가치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시 노형동 J공인 관계자는 "카지노는 청정 제주 이미지와도 별로 맞지 않은데다 브로커와 운영업체만 수익이 나는 사업"이라며 "드림타워가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홍보하는데 중국 관광객들을 그 건물 안으로만 끌어들여서 실제로 인근 상권이나 지역경제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도내 8개의 외국인 카지노는 고객 유치를 위해 에이전트에게 매출액의 70~80%가량을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수수료는 카지노 매출에서 제외되면서 제대로 된 과세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지난달 6~15일 도민 1,000명과 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신규 외국인 카지노에 대해 도민 응답자의 68.9%, 전문가의 61.5%가 각각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신화역사공원과 드림타워에 대해 제동을 건 상태다. 일단 다음달 초 카지노산업에 대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 뒤 신규 카지노 허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신화역사공원의 경우 이미 5월에 사업승인을 받은 만큼 다시 번복하기는 힘들지만 카지노 도입 여부를 명확히 표기해 사업계획을 보완하도록 하고 드림타워는 카지노뿐만 아니라 주변 교통혼잡과 조망권 침해 논란 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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