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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계에 애걸한다고 경제 살아나나
입력2006-07-31 16:41:33
수정
2006.07.31 16:41:33
[기자의 눈] 재계에 애걸한다고 경제 살아나나
이성기 기자 sklee@sed.co.kr
요즘 여당을 향한 서민의 비난 목소리가 폭발 일보 직전이다. 서울 영등포 당사로 가기 위해 잡아 탄 택시 운전사는 살기가 점점 힘들다며 푸념을 늘어 놓다 금새 목소리를 높인다. 굳이 기자라고 밝히지 않았으니 으레 당직자로 생각한 모양이다.
“집값은 더 떨어졌는데 건보료는 올린다는 게 말이 되냐.” “주택청약제도를 갑자기 바꿔버리면 지금까지 기다린 사람들은 어쩌란 말이냐. 자기들은 집 한 채씩 다 마련해놓은 모양이다.”
죄 지은 것도 없건만 괜히 듣고 있던 내가 미안해질 지경이다. 출입기자라고 말하니 그제서야 흥분을 가라앉힌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도 비슷한 민심을 전했다. “가끔씩 택시를 타면 국회를 폭파하고 싶다는 택시 운전자들 말씀을 들으면 자괴감이 든다”고 말할 정도다. 집권여당 수장으로 느끼는 부담감이 이만저만 아닐 것이다. 5ㆍ31 지방선거, 7ㆍ26 재보선까지 참패를 한 데다 당 지지도 역시 상승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 의장으로선 돌파구를 마련하고 싶은 절박한 심정일 터이다.
고심 끝에 여당은 재계와의 ‘뉴딜(New Deal)’을 해법으로 내놓았다. 제계가 투자를 확대하고 신규채용을 늘려주면 출자총액제한제를 포함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 경영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 김 의장은 7월31일 그 첫 행보로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선물 보따리’를 풀며 재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8ㆍ15 특별사면 때 경제인 사면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거듭 강조했다. 재계를 향한 여당의 ‘구애작전’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재계 요구 수용=경제살리기’란 등식에 매달리는 모습이 썩 달갑지는 않다. “출총제 폐지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지만) 경제계가 끊임없이 주장해왔고 경제 심리에 끼치는 영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의 설명은 실질적 효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뜻과 다름없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왜곡이 여전한 상태라 대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면에 대해 김 의장도 “(경제인 사면은) 명분이 약하고 국민정서가 부정적”이라고 토로했다.
‘비상상황’이라고는 하지만 재계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애걸할 게 아니다. 택시 운전사의 지적처럼 정책 추진 과정에 서민의 피해가 없도록 살피는 게 우선이 아닐까.
입력시간 : 2006/07/3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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