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나 홀로 호황은 무엇보다 활발한 기업투자에 힘입은 바가 크다. 첨단장비,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는 2·4분기에만도 3.2%나 급증해 기업들이 미래 수요를 얼마나 낙관적으로 판단하는지를 방증한다. 활발한 투자 덕택에 사실상 완전고용이 실현되고 덩달아 가계소비도 늘어나는 경제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투자 열기는 정부가 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을 한껏 보장해주고 세제혜택 등 과감한 지원책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는 '제조업 르네상스'를 목표로 삼아 법인세를 25%까지 낮추고 공장을 짓는 기업에 파격적인 대우를 제공해오고 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규제 없는 환경에서 창조적 파괴와 활력을 유지하는 것이 경기회복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눈을 돌려 한국을 보면 암울하기만 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의 성장 기조가 1990년 일본과 판박이라며 머지않아 잠재성장률 1% 시대가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내년도 한국의 GDP 전망치를 2.5%로 낮춰 미국은 물론 주요20개국(G20) 평균에도 못 미치는 경제 열등생으로 전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데도 최경환 경제팀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기는커녕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3% 성장을 사수하겠다는 딱한 소리만 늘어놓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재벌개혁특위라는 것을 만들어 소유구조 개편 등을 앞세우며 기업들을 윽박지르고 있다. 남들은 한참 앞서 뛰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만 무거운 족쇄를 차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경제의 중장기적 성장잠재력을 유지하자면 노동시장 등 4대 구조개혁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 아울러 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건전성 강화 등에도 정책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벌써 선거판에 매달리고 기업들을 옭아맨다면 성장잠재력은 갈수록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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