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공유지가 된 하변 제2보(17~37) 송태곤은 전에도 딱 한번 이창호와 맞닥뜨린 일이 있었다. 입단한 지 반년밖에 안된 2000년 7월이었다. 농심배 국가대항전에 나갈 한국대표 선발전이었다. 그 무렵에는 이창호도 선발전을 거쳐야 할 정도로 규정이 엄격했다. 송태곤은 그때 판을 잘게 쪼개는 방식으로 포석을 했다가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패한 바 있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한 송태곤은 갈라치기를 하지 않고 대모양을 키우는 작전으로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노련한 이창호는 송태곤이 대모양을 키우게 내버려두지를 않았으니…. 백24가 문제의 수였다. 이 수로는 그냥 31의 자리에 벌리든지 그게 싫으면 참고도의 백1로 뛰어들어 실리를 선점해 버리는 것이 실전적이었다. 흑27이 절호의 침공. 백28의 응수는 불가피하다. 백이 31쪽을 응수하면 흑가의 침입이 통렬하여 백의 진용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계속해서 흑29가 날카로운 수였다. 흑33으로 훌쩍 날아오르자 원래 백의 세력권이던 하변이 공유지로 변한 느낌이다. 송태곤은 36으로 좌변을 보강하고 때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흑37은 삭감의 맥점.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4-12-2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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