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된 여당내 당권투쟁이 ‘친노그룹’의 분화로 비화되면서 당내 세력판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친노그룹의 간판주자인 국민참여연대(국참)와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가 서로 적자(嫡子)공방을 벌이는가 하면 느슨하게 묶여있던 친노그룹도 이념과 노선에 따라 계파간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명계남ㆍ문성근씨 등 ‘노사모’ 출신들이 주축을 이룬 국참은 최근 참정연을 ‘사이비 개혁파’라 고 비난하며 열린우리당을 접수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에 대해 참정연을 이끄는 유시민 의원은 24일 ‘진짜 친노는 참정연밖에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참정연은 자신들이야말로 대통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위험을 무릅쓰고 뛴 집단이라고 주장하며 외곽 세력인 국참의 출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창당 이전부터 줄곧 이어졌던 것으로, 개혁의 주도세력을 ‘개혁적 네티즌’(국참)과 ‘정당’(참정연)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대립해왔다. 더욱이 최근 참정연이 헌재 판결 등 정치적 사안마다 제 목소리를 내며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발벗고 나선 점도 국참의 당내 세력화를 촉발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참은 이미 세력기반을 넓히기 위해 정청래ㆍ김현미ㆍ박영선 의원 등 20여명의 의원을 회원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당권파와 연대를 맺겠다는 의도로 해석돼 향후 양측의 관계가 당권 경쟁에서 어디까지 이어질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당의 한 관계자는 “국참은 성격상 될만한 사람을 지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참정연은 자기 사람을 당권 경쟁에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 국참을 이끄는 명계남씨는 최근 김근태 장관의 연기금 관련발언을 강력하게 규탄하고 나선 데 반해 정동영 장관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참정연은 그간 재야 출신의 이해찬 총리나 김근태 장관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친노세력으로 분류되는 영남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의 경우 ‘경제인의 기를 죽이는 입법은 재고해야 한다”면서 일찍부터 실용주의적 목소리를 내고 있어 안개모 등 당내 온건ㆍ실용파와의 폭 넓은 제휴가능성을 남겨놓고 있다. 이밖에 이광재 의원 등이 이끄는 의정연구센터는 참여정부의 혜택을 누려왔다는 점에서 국참과 다소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울러 친노직계로 불리는 문희상ㆍ유인태 의원 등은 당내 세력분화에 대해 아직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친노세력의 향배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우리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내년 3월 전당대회는 진성당원이 진정한 당의 주인으로 자리잡는 현대정당의 완성단계”라면서 “누가 당권을 장악하느냐에 따라 당내 계파들의 운명이 걸린 만큼 이해관계에 따른 합종연횡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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