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硏 "일본형 장기불황 가능성 배제 못해" ‘내수회복이 시작되는가 아니면 일본식 장기불황으로의 진입기인가.’ 한국경제의 현 주소를 놓고 상반된 진단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우리 경제가 일본의 지난 90년대 초반과 판박이라고 경고한 반면 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는 내수회복이 시작됐으며 연내에 종합주가지수 1,000포인트선에 도달한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원기 메릴린치 전무는 3일 ‘내수 역동성 살아난다’라는 전략보고서에서 “그동안 내수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에 증시에 대해 비관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한국의 소비회복이 이미 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2002년 4ㆍ4분기 이후 둔화하는 반면 가계의 순저축률은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내수회복의 징조로 꼽았다. 부동산시장 역시 당초의 우려와는 달리 급격한 가격하락 없이 ‘건전한’ 조정을 받고 있으며 주택가격은 고점 대비 5~7% 하락한 뒤 안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백화점 매출이 최근 3개월 연속 늘어나는 등 소매판매도 올 2ㆍ4분기 말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해외관광객 수가 지난 여름 성수기에 지난해 대비 25%나 늘어난 점도 소비회복의 근거로 제시됐다. 최근 금리인하나 특소세 인하 등 정부의 부양정책이 소비심리 및 신뢰를 되살리는 데 시기적절했다는 평가도 곁들였다. 물론 주요 대형소비재에 대한 소비가 뚜렷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현대ㆍ기아차의 신차 발표로 이 부문 역시 회복전망이 밝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날 이경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하는 ‘나라경제 9월호’에 기고한 보고서는 완전 딴판이다. 이 연구위원은 “최근 우리 경제상황으로 미뤄 ‘불황의 만성화’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이 장기침체의 원인으로 꼽은 것은 소비감소와 설비투자 위축. 일본의 소비지출 증가율은 89년 1.9% 이후 90~92년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는데 우리나라의 도소매 판매도 2002년 8.3% 증가에서 지난해 -1%, 올 5월까지 -2.2%로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비슷하다. 일본이 89년 16.6%에서 91년 -2.4%, 92년 -14.2%로 급격히 위축됐는데 우리나라도 2002년 1.6%에서 지난해 -2.3%, 올 1ㆍ4분기 -3.8%로 떨어졌다. 부동산투기억제책으로 인해 건설경기가 급격히 냉각됐다는 점과 제조업 공동화 심화, 저금리에 수반한 경기침체, 거시경제정책의 효과부족 등도 공통점. 특히 우리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내놓고 있는 금리인하ㆍ적자재정 등의 대책은 불황기 때 일본정부의 경제정책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점도 공통점으로 꼽혔다. 자본재 수입비중 넉달? 상승…설비투자 회복기대
7월 철도화물 수송실적은 목표대비 22.4% 떨어져 자본재 수입비중이 4개월 연속 상승, 설비투자 회복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3일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자본재가 전체수입에서 차지하는 구성비율은 지난 5월 36.4%로 전달에 비해 0.4%포인트 상승한데 이어 6월 37.3%, 7월 37.7%, 8월 38.2%(1~20일) 등으로 내리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동기대비 자본재 수입 증가율도 5월 33.0%, 6월 30.1%, 7월 27.3%, 8월 39.1% 등으로 30%대의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8월의 경우 자본재 가운데 기계류 수입은 작년 동기대비 78% 늘어나 눈에 띄는 증가추세를 나타냈다. 품목별 수입증가율은 정밀기계 200.4%, 기초산업기계 74.6%, 산업기계 29.6% 등을 기록했고 특히 반도체제조용 장비는 262.1%의 급증세를 보였다. 기계류를 중심으로 한 자본재 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최근 설비투자 회복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서도 7월 설비투자가 2.5% 늘며(전년 동월 대비) 지난 5월 이후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올들어 지난 2월을 제외하고 4월까지 잇따라 감소세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한편 소비재가 전체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0% 전후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11.8%)와 비교하면 1%포인트 이상 떨어진 것이다. 소비재 수입 증가율도 8월이 12.3%로 총수입 증가율 36.0%에 크게 못 미쳤다. 산자부의 한 관계자는 "자본재 수입이 설비투자와 1대 1 개념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설비투자 확대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철도청이 고속철도 개통이후 기존선 활용과 화물열차 확대 등을 통해 철도화물 수송증대에 나서고 있으나 극심한 경기침체 여파로 일부 화물열차가 정상 운행되지 못하는 등 철도물류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3일 철도청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현재 철도화물 수송실적은 2,546만5,000톤으로 이는 목표 2,892만2,000톤 대비 90%에 머무는 수치다. 특히 7월의 경우 411만톤을 수송할 목표를 세워놓았으나 345만5,000톤을 수송하는데 그쳐 77.6%만을 달성했을 뿐이다. 특히 건설경기의 급격한 침체는 전체 화물수송량의 53%를 차지하는 시멘트와 시멘트 생산을 위한 부원료 및 연료의 수송량을 크게 축소시켜 화물열차 수송률을 떨어뜨리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시멘트 원료인 양회의 경우 지난 7월말까지의 목표량 1,135만톤의 87%인 987만6,000톤을 수송하는데 머물고 있고 시멘트생산 연료인 석탄 수송량 또한 목표 418만4,000톤 대비 86.2%인 360만8,000톤에 그치고 있다. 더욱이 지난 7월의 경우 양회 수송량은 목표 176만9,000톤의 71.7%인 126만9,000톤에 머물렀다. 이는 향후 국내 건설경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화물열차 수송목표 달성은 더욱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철도청은 일부 화물열차의 운행을 정지시키는 등 운행횟수를 일부 조정하고 있는 실정이며 1개 화물열차당 화차수를 기존 30량에서 15~20개로 축소해 운영하는 방안까지 강구해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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