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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학 구조개혁과 생존전략

이종서 <교원소청심사위원장>

요즘 기업의 구조개혁 논란은 수그러들고 대학의 구조개혁이 화두가 됐다. 그러나 대학 내부의 반응은 아직도 제 몫 지키기와 눈치 보기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구조개혁은 생존 전략이다. 대학들은 이미 생존의 기로에 서 있으며 지식기반사회에서 국가의 명운도 대학들이 선택하는 길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앞서 추진된 기업의 구조개혁과 관련된 이론을 통해 지식생산의 원천으로서 대학이 갈 길을 논의해보고자 한다. 경쟁력 높여 내적 성장 추구 통계청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대학학령 인구(18~21세)는 지난 2000년 328만명이었던 것이 오는 2030년 195만명, 2050년 151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피터 드러커는 정보통신 혁명으로 2050년대 미국 대학이 현재 3,000여개의 10%인 300개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쯤 되면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의 중요성을 떠나 대학이 왜 구조개혁에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되는지 명확해진다. 총량적 규모 외에 개별 대학의 경쟁력을 함께 고려해보자.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우리 경제가 성장률ㆍ물가ㆍ수출ㆍ고용 등 거시경기적으로는 성공을 했지만 개별 기업의 총자산수익률ㆍ이자보상율 등을 볼 때 미시구조적으로는 체질이 허약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현상은 기업의 경쟁력보다는 외부 여건을 이용한 외연적 성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이제는 경쟁력 있는 기업만 살아남도록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이 분석은 우리 대학에도 잘 맞는 것 같다. 대학의 수, 진학률 등 거시지표상으로는 눈부신 성장을 이뤘지만 개별 대학들의 연구력, 교육 결과, 교육비 자기부담률 등 경쟁력은 매우 취약하다. 그동안 풍부한 학생자원과 높은 교육열, 대량생산을 위한 효율적인 인력공급시스템의 필요성, 이에 따른 정부의 고등교육 확대정책, 외국 학문의 도입과 전수의 용이함 등 외연적 성장이 가능했던 결과 개별 대학의 허약한 체질에서도 거시지표상의 성공이 이뤄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외연적 성장이 불가능함을 직시하고 내부의 경쟁력을 높여 내연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기본(폭넓은 교양과 학습 능력)과 효용을 겸비한 교육과 연구력 제고, 이 길밖에 없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학생유치 경쟁, 인건비 삭감을 통한 생존의 연장과 같은 임시방편으로는 안된다. 시장성과 상대적 우위성이 없는 분야는 과감히 축소시키고 경쟁력 있는 분야로의 집중화, 비교우위 분야를 중심으로 한 대학간 빅딜과 통폐합을 대국적 견지에서 이뤄내야 한다. 이로써 규모의 적정화를 기하고 국제적 경쟁력 있는 교수진을 구성하며 이를 지원할 여건과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는 이 과정에서 기초학문의 육성과 고급 인력의 원활한 이동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끝으로 윤석철 교수의 기업의 생존전략을 원용하고자 한다. 윤 교수는 상생을 위한 ‘나 살고 너 살기’형의 생존전략으로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프런티어리즘(frontierism)’, 기업과 고객이 서로에게서 더 많은 가치를 느끼는 ‘주고받기 모형’(생산원가<물품가격<소비자의 효용가치)을 제시한다. 대학간 빅딜·통폐합등 필요 대학에서는 남이 하지 않는 영역을 개발하고 신기술을 연구해내는 것이 첫번째 전략이다. 학생들이 비싼 등록금을 내고도 그 대학의 교육을 받으려 하는 ‘최저 교육비<등록금<교육 가치’라는 부등식을 충족시키고 기업들이 그 대학에 기꺼이 투자해 인력 양성을 의뢰하고 연구 결과를 사가려는 ‘순이익 중 대학 교육의 기여분<기업의 대학투자<배출인력 및 대학연구에 의한 생산성 제고’라는 부등식을 만드는 것, 그리고 대학간 빅딜이 두번째 전략이다. 우리 대학들이 위의 생존부등식을 만들며 인(仁)의 생존경쟁을 펼쳐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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